이미지 크게보기 기술을 거는 허선행(파란 샅바)을 노범수(빨간 샅바)가 잡채기로 되치고 있다. KBS 제공

- KBS2 TV ‘씨름의 희열’

태백·금강급 날렵한 선수들
기술대결·라이벌 구도 눈길
출전 선수들 사연 더해 호평

“슬로 모션으로 보니 기술이 대단하네요.”

30일 처음 방송된 KBS 2TV 새 예능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씨름의 희열)이 기술씨름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여기에 출전 선수들 간의 사연이 더해지며 재미가 배가됐다는 평이다.

씨름을 소재로 한 첫 예능인 ‘씨름의 희열’은 힘싸움으로 치부되던 씨름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뒤집었다. 100㎏이 넘는 거구들의 대결이었던 한라, 백두급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의 패턴과 달리 탄탄하고 날렵한 몸집을 가진 태백, 금강급 선수들을 전면에 포진하자 기술 씨름의 향연이 펼쳐졌다. ‘씨름판의 아이돌’로 불리며 유튜브에서 조회수 200만 건이 넘는 경기 영상의 주인공인 황찬섭(연수구청)과 손희찬(정읍시청) 간 첫 경기는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상대를 들어올린 후 메다 꽂는 ‘들씨름’의 고수 황찬섭과 밑으로 파고들어 기술을 구사하는 ‘밑씨름’의 명수 손희찬의 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결과는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샅바까지 찢은 황찬섭의 2:0 승.

두 번째 매치는 20대 초반으로 태백급 막내들인 노범수(울산대학교)와 허선행(양평군청)의 대결을 배치했다. 올해 대학씨름 전관왕에 빛나는 노범수와 일찌감치 실업팀에 뛰어든 허선행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었다. 모래판 밖에서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절친한 사이었지만 모래판 위에서는 눈빛부터 바뀌었다. “허선행이 이길 것”이라는 실업팀 선수들의 예상과 달리 노범수가 2:1로 승리를 거뒀고, 허선행은 눈물을 흘리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예능의 문법은 씨름을 보는 재미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각 경기 시간은 10초 안팎. 전광석화처럼 기술을 주고 받는데, 이를 슬로(slow) 비디오를 통해 어떤 기술이 오갔는지 상세히 보여주고, 천하장사 출신 방송인 이만기의 전문적인 해설이 곁들여지며 이해를 도왔다. 네티즌은 “명절 때는 순식간에 끝나서 이기고 지는 정도만 봤는데 슬로 모션으로 보니 선수들의 치열한 두뇌, 몸싸움이 와 닿는다”(yosh****), “짧은 사이 모래판 위 선수들의 움직임과 순발력에 감탄하게 됨”(exis****)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중이 미처 몰랐던 선수들 간의 이력 소개와 대결 구도 형성도 관전포인트였다. 앞선 라이벌전 외에 이준호(영월군청)와 오흥민(부산갈매기)의 백전노장 대결도 흥미로웠다. 둘은 올해 각각 영월대회, 설날대회에서 태백장사에 올랐지만, 정작 맞대결에서는 이준호가 한번도 오흥민을 꺾은 적이 없다. 이 날 경기에서도 오흥민의 전승 행진이 이어지며 향후 두 사람의 첨예한 대립을 예고했다.

전국 시청률은 2%였지만, 주요 장면의 조회수는 건당 수만 회에 이른다. KBS 측은 “기술씨름의 정수를 보여주며 2049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장악하는 등 재미와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