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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블랙 머니’는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수’ 사건을 다뤘다. 28일 기준 관람객이 200만에 육박한다. 배우 조진웅 씨가 ‘막프로’라는 별명을 가진 검사 역할을 맡았는데, 윤석열 검찰총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 제작사는 시사회에 윤 총장을 초대했다는데, 성사되지는 않았다.

외환은행 매각 사건은 대검찰청 중수부가 검사 100여 명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수사했던 초대형 금융 스캔들이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당시 부실화된 외환은행 지분 51%를 2003년 10월 1조3834억 원에 인수했는데, 석 달 만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1조 원의 평가 이익을 얻자 헐값 매각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검찰이 수사에 나서 2006년 11월 이강원 외환은행장을 구속했다. 이어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배임 혐의로 구속하려 했지만 두 차례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불구속 기소했다. 이때부터 구속영장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시작됐다고 한다. 법원은 1·2·3심 모두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중수부장은 훗날 국정농단 의혹 사건 특별검사를 맡게 되는 박영수였고, 수사기획관은 훗날 검찰총장이 된 채동욱이었다. 수사팀의 주력이었던 중수1과에 포진했던 검사가 윤석열과 윤대진·한동훈·여환섭이다. 윤석열 총장과 핵심 참모들의 인연이 그때 시작된 것. 론스타 수사를 통해 사모펀드의 문제점을 알게 된 윤 총장과 참모들은 조국 민정수석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에서 본능적으로 부패의 냄새를 맡았는지도 모른다.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았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변양호 전 국장은 이후 재경부를 나와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를 설립, 운영했다. 변 전 국장은 지난 22일 검찰로부터 뇌물 등 혐의로 조사를 받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강남의 카페에서 장시간 만나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재경부에서 함께 일했던 사이. 유 전 부시장으로서는 검찰, 특히 ‘윤석열 사단’의 수사를 받고도 무죄를 입증한 변 전 국장의 노하우를 전해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변 전 국장의 배임 혐의는 정책 결정의 문제. 자녀 유학비와 항공비, 골프채는 물론 KTX, 택시비까지 관련 업체에서 받아 챙긴 유 전 부시장과는 죄질이 다르다. 유 전 부시장은 결국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