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측근 비리 의혹에 곤혹스러운 文대통령

‘法 따라 처리’ 원칙 정했지만
親文핵심 수사로 번질까 걱정
정권에 부담… 난제 놓고 고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에 이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논란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깊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며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두 사건 모두 ‘권력형 비리’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문 대통령과 청와대도 정권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단 청와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며 두 사건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지만 내심 검찰의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연루 의혹을 받는 김 전 시장 하명 수사 논란은 문재인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직권남용 혐의가 부메랑이 됐다. 유 전 부시장 관련 논란은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 사람 모두 측근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측근 ‘난제’에 빠진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혐의에 대해 정상적 절차에 따라 관련 기관에 이관했고, 하명 수사를 지시하거나 수사 상황에 대해 지적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날(27일) 같은 취지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에 대한 반박성 기사가 검찰이나 보수 야당발로 나왔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비위 혐의 첩보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백 전 비서관 역시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는 해명문을 이날 오전 내놨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백 전 비서관이 첩보를 입수한 경위와 첩보를 경찰청에 이관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검찰 수사와 별개로 정치적으로 두 사건을 어떻게 풀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칫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서는 검찰 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앞두고 있고 검찰에 대한 개혁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검찰이 상황 반전을 위한 카드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겨냥한 수사를 꺼내 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