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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일본 도쿄(東京) 시내 도로를 지나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고가도로가 많다는 것이다.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大阪)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도로는 좁고 교통량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사카에 있는 게이트타워빌딩 5∼7층은 고가도로가 관통하고 있다. 매월 임차료를 건물주에게 지급하는 조건으로 도로를 건설하게 됐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다. 국내에서는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추세에 비춰볼 때 일본에 상대적으로 고가도로가 많은 이유는 한번 만들어 놓은 것은 어지간해서는 헐지 않고 보존하려고 하는 국민성 때문이다.

1960∼1970년대 폭발적인 도시 성장과 함께 교통 혼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 시내 곳곳에 총 102개의 고가도로가 세워졌다. 그중 1976년에 준공된 청계고가도로의 경우 당시 상황으로는 교통난 해소보다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는 주장이 전해온다. 당시 고가도로 설계에 참여했던 한 인사의 말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이 워커힐로 연회나 모임이 있어 갈 때 막히지 않고 빨리 지나가게 하기 위해 건설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가도로가 200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교통 체증을 유발해 ‘애물단지’로 하나둘씩 철거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서울 노들로와 현충로를 잇는 ‘노들 남·북 고가차도’가 내년 각각 건설 39년·5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현재까지 19개가 철거됐고, 향후 6개가 더 폐쇄될 계획이다. 고가도로가 도시 미관을 해치고 도로 횡단을 막아 지역 단절을 초래한다는 게 철거 이유다. 노후화로 유지·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도 배경이다.

철거 대신 도시 재생공간으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모델로 한 중구 회현동과 서울역을 잇는 서울역 고가도로가 대표적인 예다. ‘서울로 7017’로 이름 붙여진 이 공원은 1970년에 만들어졌으나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2017년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청계 고가도로 경우에도 청계천을 복원함으로써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의 관광명소로 재탄생한 것은 좋은 사례다.

그러나 도로를 넓혀도 모자랄 판에 있는 도로를 없애면 경관은 좋아지지만, 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어떻게 메울지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온갖 추억과 사연을 간직한 고가도로 철거를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