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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왕국2’ 안나 캐릭터 슈퍼바이저 이현민씨

90명 애니메이터중 6인에 발탁
표정·의상 등 모든 것 만들어가

美 유학길 직전 세상떠난 엄마…
고난 극복 안나와 내모습 비슷

“안나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뮤지컬 발성도 연습했어요.”

개봉 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 흥행 순항 중인 ‘겨울왕국 2’에서 주인공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슈퍼바이저 이현민(38) 씨를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났다. 이 씨는 “1편에서 애니메이터로 작업했던 안나를 2편에선 슈퍼바이저로 마주하게 돼 반가웠어요”라며 “안나의 밝고 씩씩한 모습, 걱정은 많지만 책임감 있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80∼90명의 애니메이터 중 총 6명뿐인 캐릭터 슈퍼바이저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인 안나를 맡아 표정과 동작, 의상 등 ‘안나의 모든 것’을 책임졌다.

“마법의 초능력을 가진 엘사에 비해 안나는 평범한 캐릭터예요. 그러나 넓은 포용력 자체가 안나만이 가진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1편에서는 철없다고 할 만큼 두려움 없이 직진하는 캐릭터였다면 이번엔 성인이 돼서 모든 것을 가졌지만 잃을 것이 생긴 캐릭터가 됐어요. 그런 면에서 어린 시절의 밝은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힘의 근원이 됐던 주변 사람들이 없어졌을 때 그걸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철저한 협업으로 이뤄진다. 감독과 작가, 프로듀서가 이끌고 그 곁에서 헤드업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애니메이터들이 협조한다. 이 씨는 2007년 처음 디즈니에 애니메이터로 입사해 이번에 비중이 큰 캐릭터의 슈퍼바이저를 담당했다. 애니메이터 중에 능력 있는 사람이 슈퍼바이저를 맡는 법이지만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씨는 크리스 벅과 제니퍼 리 감독, 헤드업 애니메이션 담당자 등에 의해 안나의 슈퍼바이저로 뽑혔다.

“보통 헤드업 애니메이션과의 인터뷰를 통해 결정되는데 지원자들의 성격이나 기타의 것들을 보고 배정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밝은 성격이고 좋은 걸 보면 이렇게 손뼉 치면서 표현하는 편인데 이런 모습이 안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1편에서 안나의 표정을 디자인할 때 관여했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슈퍼바이저로서 이 씨는 안나의 캐릭터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 안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웃을지, 어떻게 걸어갈지 등 방향을 잡았다. 따라서 안나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틴 벨이 절반을 담당했다면 나머지 절반은 이 씨의 몫이었다.

“항상 스토리랑 대사에 맞춰가면서 안나를 만들어갔어요. 감독과 작가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디자인·의상팀과 협업했어요. 애니메이션은 OST가 많아서 노래할 때의 감정도 연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진짜 라이브로 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뮤지컬 배우의 보컬 코치를 모셔와서 클래스도 듣고, 어디서 숨을 쉬고 끊어야 하는지 공부도 했어요.”

이 씨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다가 1학기만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과 만화를 공부했다.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미국 애니메이션의 명문 칼아츠(CalArts·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디 아츠)를 졸업하고 여러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9년 ‘공주와 개구리’를 시작으로 그동안 ‘곰돌이 푸’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 등에서 작업했다.

“고교 때 수능을 보고 대학교 합격 발표가 난 직후에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바로 미국 유학을 떠나야 했는데 아마도 그때가 제겐 애니메이션 속 안나처럼 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이 아닐까 해요. 그런 시간이 저도 모르게 도움이 됐겠죠. 애니메이터의 존재감이 없어지고, 캐릭터가 혼자만의 모습으로 우뚝 설 때가 애니메이터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입니다. 이번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