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일자리 자금은 민간의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임금의 일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비상 대책이 일시적 보조금 차원을 넘어 ‘세금 중독’으로 악성 진화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기업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자금을 신청하려면 상세한 경영 현황 보고서가 필요한 데다 고용보험까지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간단한 서류만 제출해도 지급하는 등 퍼붓기식으로 돌변한 데다, 제도화돼 계속 지급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신청이 급증했다. 급기야 올해 2조8000억 원 규모로 편성된 자금이 10월 말에 벌써 바닥을 드러내자 정부 예비비 가운데 985억 원을 헐어서 써야 할 정도가 됐다.

일자리 예산의 중복 집행조차 심각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중앙 정부를 비롯해 서울시, 전라남도, 경기도 등이 저마다 비슷한 이름의 자금을 집행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마구잡이 예산 편성과 재정 남발을 통제하지 못한다. 재정 낭비를 막을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보고서를 보면 ‘중장기적으로 직접일자리 사업을 축소하고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등 간접적인 지원 사업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으나 현장 상황은 정반대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정책 실패에 따른 고용 참사를 막기 위해 세금을 퍼부으면서 소득주도성장 성과라고 호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때 ‘파업의 나라’로 불렸던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과감한 노동개혁을 통해 경제 활기가 돌고 일자리도 크게 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법인세 인하 같은 친기업정책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정부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무차별 주 52시간 근로제 등에 따른 고용 참사를 세금으로만 땜질하려 든다. 세금의존증이 만성화하면 민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고용시장을 왜곡하며, 산업 구조조정도 저해한다. 재정 부담은 말할 필요도 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시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