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CCTV에 찍힌 절도범 25일 새벽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이 공개한 관내 CCTV에서 도둑들이 박물관 안에 침입, 보석들을 훔쳐가기 위해 전시 진열장을 파괴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지난 2007년 촬영된 ‘보석의 방’ 진열장 중 하나. 도둑은 이 방의 진열장만 털었다. AP·EPA 연합뉴스
유럽 최고의 보석 컬렉션 소장
절도범, 보석류 3세트 훔쳐가
귀금속 장신구 총 94점 달해
언론 “2차대전후 최악의 사건”
유럽 최고의 보석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드레스덴의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에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상당한 100여 개의 보석류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독일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현지 언론들은 보물 가격이 최고 10억 유로(약 1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5일 독일 dpa통신 등 현지 언론은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에 도둑이 들어와 보석류 3세트를 훔쳐갔다고 전하며 이를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보석 도난 사건’이라고 묘사했다. ‘녹색 금고’란 뜻의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은 1723년 작센 왕국의 아우구스트 1세에 의해 건립됐다. 이 박물관은 ‘유럽의 보석상자’로 불릴 만큼 화려한 보석 공예품들을 소장하고 있어,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마리온 아커만 박물관 관장은 “보석 장식물(jewel garnitures) 세트 3개가 사라졌다”고만 밝히고 구체적으로 도난당한 물품을 밝히지는 않았다. 각 세트는 40여 점의 다이아몬드, 루비, 진주, 사파이어 장신구로 구성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도난품 중 2개 세트는 각 37개의 장신구들로 이뤄져 있고, 나머지 1개는 20여 개의 장신구로 구성돼 있다. 계산대로라면 도난당한 귀금속 장신구가 총 94점이 된다. 이 박물관에는 과거 아우구스트 2세가 구입한 40.7캐럿짜리 녹색 다이아몬드 펜던트 ‘드레스덴 그린’을 비롯해 총 10개 장식물 세트, 3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드레스덴 그린은 25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를 위해 대여돼 있어 도난당하진 않았다. 절도범들은 드레스덴 박물관의 10여 개 전시실 중 ‘보석의 방’으로 불리는 전시실만 털었다.
이곳에는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진주 등으로 만든 공예품뿐 아니라 에메랄드와 사파이어 수백 캐럿으로 제작된 63㎝ 높이의 흑인 조각상도 있다. 독일 언론들이 “도둑들은 크기가 큰 작품들 대신 옮기기 쉬운 작은 작품들을 훔쳐갔다”고 보도한 사실로 볼 때 이 흑인 조각상은 도난당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측은 이번에 도둑맞은 소장품들의 가격이 총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문화적, 역사적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커만 관장은 해당 보석류가 워낙 오랫동안 해당 장소에서 보관 중이다 보니, 새로운 소장품을 구입하거나 들여올 때 드는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도난당한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공개된 시장에서 세트로 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도둑들이 세트에 포함된 작품들을 하나씩 나눠 암시장에서 팔아치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커만 관장은 세트가 분리돼 각각 팔릴 가능성에 대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절망적인 심정을 나타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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