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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얼마 전 맥도날드 CEO 스티브 이스터브룩이 회사 규정을 어기고 직원과 사적 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나 해고됐다. 맥도날드 사내 규정은 고위 간부와 부하 직원의 연인 관계를 엄금하고 있다. 물론 맥도날드도 초기에는 달랐다. 이 회사를 세계적인 햄버거 제국으로 키운 CEO인 레이 크록은 사우스다코타 맥도날드 프랜차이즈의 조앤 스미스와 연인 관계였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아무래도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투(Me Too)’ 파문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작년만 해도 실적 저조보다 도덕적 결함을 이유로 자리에서 밀려난 CEO 숫자가 훨씬 더 많았을 정도다. 미국에서 사내 연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경영진에 그치지 않고 점차 전 직원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구글, 페이스북에서는 남녀 직원끼리의 데이트 신청도 1회 이상을 금하고 있다. 더 이상의 요구는 자칫 스토커로 취급될 수 있다.

그럼 미국의 선남선녀들은 어떤 경로로 연인을 만날까. 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직장 동료끼리의 만남은 200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친구나 가족 소개, 학교, 이웃, 대학 모두 감소 추세다. 반면 최근 10여 년 동안 압도적 비율로 늘어난 것이 ‘온라인 데이트’다. 문제는 온라인 데이트마저 의외로 비효율적이라는 점. 온라인에서는 잠재적 데이트 상대를 찾기 위한 정보 검색에 주당 5.2시간을 소비하고 선택된 상대와 이메일 교환에 주당 6.7시간을 쓰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제로 데이트할 상대를 찾는 과정에만 주당 12시간이다.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다. 정작 얼굴을 마주치는 시간이 주당 1.8시간에 지나지 않는다.(댄 애리얼리 ‘경제심리학’) 대부분의 온라인 데이트가 실망감만 안겨준 채 일회성으로 끝난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기업 경영주도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청춘남녀가 과연 주당 12시간씩 자기 짝을 찾는 작업을 퇴근 후 집에서만 하겠는가. 대충 계산해서 절반만이라도 회사 근무 중 이런 짓을 한다면 일주일에 약 6시간의 근로시간을 빼앗기는 셈이다. 회사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바에야 사내 연애를 허용하는 것이 어떨까. 사무실 내에서의 ‘눈빛 교환’이라면 몇 초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다. 사무실이야말로 로맨스를 싹트기 위한 ‘세균배양 접시’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