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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거진 플랫폼 통해본 ‘잡지의 위기’

글로벌 기업 애플이 월 9.99달러로 300여 개가 넘는 잡지 및 신문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는 ‘애플 뉴스플러스(Apple news+)’(사진)를 선보이며 잡지콘텐츠 유통사업에 뛰어든 것이 지난 3월이었다.

애플이 아직 한국어 서비스에는 미온적이지만, 한국잡지학회는 22일 ‘디지털 매거진 플랫폼 현실진단 및 활성화를 위한 미래전략 모색’이라는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개최한다.

국내에서 잡지 포털과 디지털 매거진 플랫폼의 운영이 없진 않았지만 그 반응은 극히 미미하다. 애플의 잡지 콘텐츠 유통시장 진출은 또 다른 거대 플랫폼의 등장이자 동시에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엔 경계(국경)가 없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날 ‘해외 디지털 매거진 플랫폼 현황과 대응전략’이란 주제를 발표하는 장우성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초빙교수는 “애플 뉴스플러스 서비스가 국내 잡지사들에 독자와의 접점을 확장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잡지사들이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을 포기하면서 애플이라는 외부 플랫폼에 구독모델을 의존하는 건 대단히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자사의 모든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제공한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애플이 유튜브,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미디어 시장을 잠식하는 포식자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종이 잡지와 디지털 매거진이 공존하는 ‘잡지4.0’ 시대. 이미 새로운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2012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인쇄판 발간을 중단하고 온라인 매체로 전환했고 ‘타임’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전환을 선언했으니 국내 사정이야 더 말할 게 없다.

2008년쯤 장르문학의 초창기에 탄탄한 역할을 했던 ‘판타스틱’, 2010년에는 한국영화에서 주요한 비평적 역할을 해온 ‘Film2.0’ ‘프리미어’ 등 영화잡지들이 잇따라 폐간했다. 다른 문화 분야 문예지들도 힘을 못 쓰기는 마찬가지였다. 여성잡지의 부침은 말할 것도 없고 일간지들이 운영하는 시사 잡지들조차 규모와 내용에서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취재 시간이 여유 있고 긴 글을 담을 수 있는 잡지는 전통적으로 심층성과 전문성에서 강점이 있는 매체로 여겨졌다. 이런 강점 때문에 특정 주제에 대해 전문적 분석을 통해 사회 현상을 쟁점화하고 이슈화하는 어젠다 제안 기능에서 잡지가 타 매체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의 급속한 발달은 1인 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을 만들었고, 각 분야에서 전문가에 버금가는 ‘재야 고수’들도 등장했다. 일반 독자들의 지식수준 역시 높아졌으며, 당연히 잡지 콘텐츠의 전문성에 대한 기대 수준도 아주 높다. 거기에 맞추지 못한다면 잡지 매체가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윤세민 경인여대 교수는 ‘한국잡지산업의 현황 및 발전방안 연구’라는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콘텐츠 생산”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종이,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호환이 가능한 미래형 잡지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