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TV에 나와 ‘국정 마이웨이’를 선언하고, 이에 반발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으로 맞서면서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한·미 동맹 균열, 한·일 관계 최악의 상황에 더해 국내 정치도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극한의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이러다간 대한민국호(號)가 난파(難破)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문 정부의 국정 대전환 없이 위기 극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들어 소통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열었지만, 내용과 형식 모두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그간 문 대통령의 청와대 행사를 기획한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이 “나 같으면 이런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로 진행도 어수선하고, 시민의 질의와 대통령의 응답은 원론을 벗어나지 못했다. 엄중한 시기에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는 없는 한편의 ‘TV 쇼’‘팬 미팅’에 훨씬 더 가까웠다. 문 대통령은 경제·안보 등에서 잘못된 정책과 노선에 대한 반성 없이 “임기 절반 동안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기반을 닦았고 지금 드디어 싹이 돋아나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그리고 남은 임기에도 국정 전환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 정부 들어 17번에 걸친 정책 발표에도 20주 연속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정반대로 보고 있다.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한다’는 말은 했지만 “검찰 개혁의 중요성, 절실함 등이 다시 한 번 부각된 것은 다행”이라며 되레 검찰 탓으로 돌렸다.

여기에 여당이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제1 야당을 제외하고 다른 야당과 함께 12월 초 강행 처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황 대표가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맞선 것이다. 그 방법의 적절성은 차치하고, 미증유의 위기인 만큼 문 대통령과 황 대표가 만나 정국 해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선거법 일방 처리 등을 중단하는 것이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