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민생

서울 집값 폭등했는데 인식差
보유·양도세 질문에 동문서답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상황 인식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남 탓’으로 돌리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황 인식 자체가 어긋나니 진단이나 처방도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집권) 대부분 기간 부동산 가격을 잡아 왔고 전국적으론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평당 가격은 1억 원을 돌파한 반면, 지역 아파트 가격은 폭락하는 등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는 답이라는 지적이 많다. 곧바로 다음 질문자가 “대통령이 전국 집값 안정화 추세라고 하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다”며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낮춰서 다주택자가 가지는 주택을 줄이면서 무주택자가 자기 집 한 채 가질 수 있게끔 하는 정책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는 일반적인 시장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인 부동산 대책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양도소득세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면세가 되기 때문에 실수요자의 주택 취득에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낮춰 거래를 활발하게 하고 공급을 늘리자는 질문의 취지에 동문서답한 셈이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시행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애초 정책 취지와 달리 고통을 겪고 있다는 토로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의 영업 비용에서 인건비보다 더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게 임대료”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고 유연근무제를 확장해주는 게 다 합의가 됐는데 아직 국회에서 입법이 되지 않고 있다”며 국회 탓을 하기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 탓을 했다”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