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필리핀 의장대 사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이날 에스퍼 장관은 필리핀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 중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 전문가 제언

韓·美, 총액·항목 접점 못찾아
美는 동맹정책 패러다임 전환
협상 장기화땐 동맹관계‘상흔’

해외미군자산지원 수용여부 등
무조건 거부보다 ‘최소화’ 고려

지난 18∼19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3차 회의가 미국 측의 일방적 퇴장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방위비 협상 전략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항목 추가에 ‘맞대응’해 한국만의 분담 원칙과 항목을 담은 ‘역제안’을 내놓은 뒤 탄탄한 논리로 미국을 압박해야 승산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기존 SMA 틀에서 벗어난 미국의 주한미군 순환배치 등 한반도 밖의 미군 자산에 대한 분담 비용 요구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국익이 반영된 새로운 항목을 추가해 미국에 역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SMA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수 지원비 △미군시설 건설비 등 3개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한국 측에 유리한 항목을 넣자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주한미군 이외 미군 자산 비용을 부담하라는 의미는 미국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우니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라면서 “동맹국으로서 무작정 안 한다고만 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요구를 넣어 진지한 논의를 해보자고 역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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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측의 새로운 항목을 추가해 분담금 총액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나아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한반도 밖 미군 자산 등 지원 항목을 수용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면서 “불가피하게 수용해야 한다면 항목에 포함되는 금액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 시한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현재 제11차 협상은 제10차 협정 시한이 끝나는 연말까지 현행 SMA 틀 내에서 타결하되, 내년부터는 새 협상팀이 다시 협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동맹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 차원에서 ‘속전속결’을 원하는 만큼 무작정 ‘시간 끌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한·미 SMA 협상 3차 회의는 19일 극렬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1시간여 만에 파행, 종료됐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중간에 갑자기 종료된 것은 처음이다. 정은보 외교부 방위비분담 협상 수석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 협상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유감스럽게도 한국 협상팀은 우리 측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김영주·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