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법무부 文에 보고 나흘뒤에야
대검, 조직 개편안 전달 받아

“과거 독재정권때도 못한 발상”
“도저히 수용 못해” 반발 확산
부서별 대응안 등 의견 수렴

법무부가 전국 검찰청의 직접 인지수사 부서 41곳을 폐지하는 직제개편에 나서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검찰청은 연일 긴급부장회의를 개최하는 동시에 폐지 대상이 되는 부서의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긴급의견조회에 들어가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전면 폐지하는 이번 직제 개편방안으로 검경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과 함께 검찰력을 축소·해체하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편’ 작업이 사실상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김오수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이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별도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형사·공판부 인력 확대를 위한 추가 직제 개편안’은 12일 늦은 오후에서야 일선 검사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안에는 중요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단계별로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로부터 (이번 개편안에 대해) 단 한마디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이 같은 내용을 법무부로부터 뒤늦게 전달받고 13일 오후부터 폐지 대상으로 거론된 전국 41개 검찰 직접수사 부서를 대상으로 부서별 대응방안과 함께 의견 수렴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고위 간부는 “과거 독재정권 때도 대놓고 하지 못했던 내용으로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무부 개편안으로 당장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 범죄와 대공사건, 노동문제를 전담해왔던 전국 13곳의 공공수사부가 동시에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수사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및 금융조사부 역시 존폐가 불투명해지며 금융범죄 대응에도 커다란 공백이 생길 전망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사실상 산하 부서의 절반 가까이가 폐지대상으로 전락했다.

검찰 조직 내부에서는 “정부가 더 이상 권력형 부정부패 수사를 하지 말라고 선언한 셈”이라며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현 정권이 추구하는 검찰개혁 방안에 법무부가 앞장서서 호응하며 검찰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검사들의 집단적인 반발마저 나타나는 조짐이다.

이미 수사권 조정 법안에 포함돼 국회 입법 과정에 있는 직접수사 폐지 문제를 국회 통과 절차도 없이 대통령령만으로 시행하려는 ‘꼼수’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안을 두고 사실상 공수처 신설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현 정권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직 자체를 없애겠다는 발상이 놀랍다”며 “부서가 없어져도 어떤 식으로든 특수·공안 사건을 담당하는 곳은 있어야 할 텐데 폐지 이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대안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희권·김온유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