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CEO 우지호’ 이름 내걸고
직접 기획사 세워 앨범 발매
“스스로 도전 축하하고 싶어”

“가사에 공감해주시면 좋겠어요.”

아이돌그룹 블락비 출신 지코(사진)는 다른 아이돌그룹과 다소 결이 다르다. 새 앨범에 대해 소개할 때 통상 퍼포먼스와 음악적 장르를 설명하는 것과 달리, 그는 가사를 이야기했다. 신인 시절부터 자작곡을 앨범에 담으며 프로듀서로서 역량을 쌓아온 터라 그의 당부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지코는 지난 8일 프로듀싱부터 앨범 디자인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신의 손때를 묻힌 첫 정규앨범 ‘THINKING Part.2’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제목부터 남다른, ‘남겨짐에 대해’다.

그는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남겨짐’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쓸쓸했다. 사랑하는 사람, 아끼는 사람이 떠나갔을 때 남겨진 사람에게는 좋은 감정이 남아 있고, 미련이 있을 때나 관계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을 때 그 감정이 유지된다고 본다. 그래서 남겨진 자는 새로운 사랑과 관계를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코는 새 앨범을 내며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원래 몸담고 있던 소속사를 떠나 직접 가요기획사를 설립한 그는 ‘CEO 우지호’라고 적힌 명함까지 준비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데뷔 후 8년 만에 솔로로 첫 앨범을 낸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의 고민이 읽힌다.

지코는 “부담도, 기대도 많이 된다.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를 담았는데, 청자로서 나의 앨범을 평가한다고 봤을 때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며 “원래 욕심이 많아 스스로에게 박한 점수를 줬는데 이번 앨범만큼은 만족도가 높다”고 자신했다.

지코는 인기가 높은 만큼, 그 반작용으로 악플러도 많은 편이다. 그가 가진 음악성은 인정하면서도 무대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일련의 이미지는 그를 향한 호감과 비호감의 거리를 넓혔다. 그 사이에서 허우적대던 그는 최근 악플러들을 고소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의지였다.

지코는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인간관계를 맺을 때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라면서도 “(악플러의 공격은) 힘들지만 나의 직업 특성상 피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각자 삶에 힘든 부분이 있듯 이건 내 직업의 힘듦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아티스트 지코와 CEO 우지호의 삶은 어떻게 다를까? 이제 매사에 자신의 주머니를 열어야 하는 지코는 음악 작업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에 출근해 자리를 지킨다. ‘지코로서 우지호에게 당부의 말을 해달라’는 주문에 그는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운을 뗀 후 “이런 결심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는데 스스로 도전을 시도해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듯 내년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좋은 에너지를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