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왕산 치마바위(위)와 양주 온릉.

“나는 어디에 있든 당신이 쉴 수 있는 집입니다.” 폭군 연산군의 처남인 신수근의 딸이라는 이유로 중종이 왕에 오른 지 7일 만에 폐비가 된 ‘비운의 왕비’ 단경왕후(端敬王后, 1487∼1557) 신 씨가 궁을 떠나며 남편인 중종에게 들려준 말이다. 비록 ‘사극 드라마 속 대사’이지만 당시 중종과 폐비 신 씨 두 사람의 애절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조선 제11대 임금인 중종의 첫 번째 왕비 단경왕후의 능인 양주 온릉(楊州 溫陵)이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나명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내에 있어 비공개로 관리해온 양주 온릉(사적 제210호, 경기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산 19)을 14일부터 처음으로 일반에 무료로 시범 개방한다.

단경왕후는 열세살 어린 나이에 한 살 어린 연산군의 이복동생 진성대군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1506년 중종반정으로 왕비가 되었으나 아버지인 신수근이 반정을 반대했다고 해 7일 만에 폐위됐다. 폐비 신 씨의 비극적인 얘기를 접한 백성들은 ‘치마바위 전설’을 만들어냈다. 중종은 부인 신 씨가 인왕산 아래 사직골 옛 거처로 쫓겨나 살게 되자 부인을 잊을 수 없어 경회루에 올라 종종 인왕산 기슭을 바라보았다. 신 씨는 이 말을 듣고 자기가 입던 붉은 치마를 경회루가 보이는 이 바위에 걸쳐 놓음으로써 간절한 뜻을 보였다. 이 일로 인해 사람들은 이 바위를 치마바위라고 불렀다.

폐비 신 씨는 사후 182년 만인 1739년(영조 15년)에 왕비로 복위되고 ‘단경왕후’라는 시호를 받았다. 능도 현재의 묘역으로 옮겨졌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