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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경제산업부 차장

지난달 말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의견을 듣고 깜짝 놀랐다. 손 부위원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취득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경영 주체를 변경해야 해 대주주가 불확실성에 노출되고 은행의 경영 안전성도 저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주주 요건 완화를 우려하며 오히려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어 대주주 요건 완화 문제는 입법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밝혔다. 결국 판단을 유보할 테니 국회에서 알아서 결정하라는 의미다. 손 부위원장의 이러한 의견 제시는 금융위의 당초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를 위해 ‘메기 효과’를 기대한다며 인터넷은행 도입에 적극 나섰고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인터넷은행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그러기에 당연히 금융위의 지원을 기대했었다. 결국 인터넷은행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달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권에선 금융위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주주라고 할 수 있는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의 눈치를 보느라 애매한 입장을 취한 게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특히 이는 케이뱅크(KT)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협소한 주장이다. 그렇다면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인터넷은행 라이선스 취득에 적극적인 네이버가 국내에선 유독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최근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흥행에 실패한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왜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가 한국에서만 적용돼야 하는가.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사정도 이와 엇비슷하다. 검찰이 지난달 말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자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성급하다며 일제히 검찰을 비판했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청와대는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했느냐는 질문에 시원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검찰 의견 조회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도 않았고 타다와 택시업계 견해차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마련에도 미온적이었다. 택시업계 눈치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기회를 놓친 탓인가.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쟁 등과 함께 이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이다. 인터넷은행은 세계적인 핀테크 혁명의 총아이며 타다는 이 정부 혁신성장의 바로미터 같은 존재다. 공무원들은 혁신성장에서 과도한 보신주의, 조정능력 결여 등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문 대통령이 혁신 성장을 독려하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제대로 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의지 부족 아니면 능력 부족 탓이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성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리는 자녀들에게 과연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