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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일 1타 앞섰으나 동타 착각

18홀 무리해 트리플 보기 고배
“분통해서 체중 줄고 머리 빠져”
이후 37차례 참가 준우승만 4회

지난 10월 28일 타이거 우즈(미국)가 조조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1965년 샘 드니드(사진)가 작성한 이후 54년 동안 누구도 넘보지 못하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다승인 ‘82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우즈의 타이기록으로 스니드의 업적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최고로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스니드였지만, 기록 면에서는 사실 불운한 골퍼였다. 스니드는 1930년대 말부터 바이런 넬슨의 카운터파트였다. 스니드는 그러나 1939년 US오픈에서 넬슨에게 패한 뒤 평생 잊지 못할 뼈아픈 트라우마를 남겼다. 스니드는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US오픈 우승이 없기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낸시 로페즈와 함께 ‘US오픈 우승이 없는 미국의 전설’이 됐다.

버지니아 태생의 스니드는 7세 되던 어린 시절 동네의 골프장에서 당시 여느 골퍼와 마찬가지로 캐디로 시작했다. 나뭇가지를 다듬어 골프채로 만들어 연습하면서 캐디로 출발한 스니드는 누구한테 교습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스윙을 터득했다. 그의 스윙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스윙으로 다분히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백스윙은 다소곳이 얌전하게 올라가지만, 다운스윙은 폭발적인 속도를 냈다. 그는 19세에 버지니아 한 골프장의 헤드 프로를 맡았다.

스니드는 1934년 22세 때 프로로 데뷔했다. 그는 자신의 프로 첫 대회이던 허시오픈에서 파4 첫 홀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프로 골퍼 신고식을 했다. 타석에서 그는 멋지게 드라이버 샷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너무 팬들을 의식해서인지 두 차례나 아웃오브바운즈(OB)를 냈던 것. 스니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다시 드라이버를 잡았다. 두 번의 벌타를 받고 5타째 친 이 공은 무려 350야드를 날아가 그린에 올라가는 경이적인 샷이 됐다.

스니드는 우여곡절 끝에 데뷔전에서 5위를 차지했고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앞서가던 넬슨의 언더도그였던 그는 1937년에만 5승을 거두더니 마스터스, PGA챔피언십, 디 오픈 등의 타이틀을 차례로 따냈다.

그는 넬슨과 1930년대 프로골프계를 양분했다. 스니드는 그러나 1939년의 US오픈에서 뼈아픈 실수를 하게 된다. 대회 최종일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계산 착오를 일으켜 우승을 놓쳤다.

1타 차 앞섰던 스니드는 먼저 경기를 마친 넬슨과 동타로 착각했던 것. 스니드는 이로 인해 “버디를 하겠다”며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트리플 보기를 범해 오히려 넬슨에게 2타 차로 우승을 헌납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지금도 골프 역사에 기록된 애석한 패배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스니드는 대회가 끝난 뒤 “체중이 20파운드나 줄어든 것 같았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는 것같이 화가 치밀어 버틸 수가 없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스니드는 이후 통산 37차례나 US오픈에 참가하고도 우승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준우승만 네 차례 했을 뿐, 단 한 차례도 US오픈을 우승하지 못하는 불운이 이어졌다.

스니드의 실수로 어부지리로 우승했던 넬슨은 이후 US오픈에서 더는 우승하지 못했다. US오픈에 관한 둘의 운명은 그렇게 갈렸다. 하지만 스니드는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50여 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프로 대회 165승이라는 경이적인 대기록을 세웠다. 스니드가 PGA투어에서 거둔 마지막 우승은 1965년 53세의 나이 때였다. 최고령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1980년에는 시니어 PGA에서 우승했다. 마스터스와 PGA챔피언십에서 각각 3번, 디 오픈 1번 등 총 7번의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늘 중절모를 쓰고 경기를 한 그는 후세들에게 스윙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많은 골프 교본을 쓰기도 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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