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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 공동대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2016년 1월(-19.6%)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4.7% 줄어든 467억8000만 달러다.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6월부터는 감소세가 두 자릿수로 커졌다. 10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해 11, 12월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올해 수출은 2016년(-5.9%) 이후 3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게 되면 2년 연속 수출 6000억 달러 달성에 실패하게 된다.

산업부는 수출 급감에 대해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주요국의 교역량 축소,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복합적으로 중첩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정도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것도 수출에 부담이 된다.

한국의 국가별 수출 감소율을 살펴보면 중국과 미국은 각각 -16.9%, -8.4%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의 수출 감소율은 4월(-4.6%)을 제외하곤 올 들어 계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의존도는 2018년 26.8%에 이를 만큼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6.0%로 분기 기준으로 1992년 1분기 이후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중 수출이 감소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출 급감의 요인을 ‘대외 환경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통계는 ‘수출 상위 7개국’의 수출 증감률이다. 글로벌 무역 환경 악화로 7개국 모두 올해 1∼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감소했다. 그중에서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마이너스 13.9%’로 7개국 중 가장 크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마이너스 1%, 프랑스·일본·독일은 각각 마이너스 2.9%, 4%, 7.5%이다. 한국의 수출 감소율이 유난히 높은 것은, 수출 급감을 대외 환경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음을 시사한다.

경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다. 우리 기업은 ‘사면초가’다. ‘거미줄 같은 규제, 반(反)기업정서, 높은 법인세율, 노동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그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주 52시간 근무제, 인건비 과속 인상 등이 기업을 옥죄고 있다.

급감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한국이 결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아님을 보여준다. 1일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신고액 기준’ FDI는 13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2억 달러)보다 29% 줄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도착한 금액은 73억 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41% 줄었다. 신고와 도착 기준으로 5년래 최악의 실적이 확실시되고 있다.

산업부는 수출이 10월에 바닥을 찍고 11∼12월 중 개선세를 보인 뒤 내년 1분기 중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출 환경이 급자기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개선된다는 논리적 근거는 없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제고된다는 논거도 없다. 정부가 내년 1분기 중 플러스 전환을 전망한다면 올해 부진한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기저효과에 기대를 건다면 정책은 실종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행선지는 인천국제공항공사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선언이 수출 급감의 나비 날갯짓이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