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 컵’이 지난달 20일 저스틴 토머스(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CJ컵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대회였습니다. 좋은 날씨에 완벽한 코스 컨디션, 5만 명에 가까운 갤러리, 그리고 마지막까지 땀을 쥐게 한 명승부를 연출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도 이번 CJ컵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실 CJ그룹이 수년 전 총상금이 1000만 달러(약 116억 원)에 육박하는 PGA 정규투어를, 그것도 10년간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 적잖이 놀랐습니다. 국내 남자골프가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현실은 외면한 채 거액을 쓴다는 비판 또한 컸습니다. 하지만 CJ그룹은 “PGA투어 국내 개최가 위축된 국내 투어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PGA투어 시드가 없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이 해마다 10명 가까이 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년간 국내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형편없었습니다. 3년간 전체 상금 2850만 달러(299억 원) 중 국내파 선수들이 받은 상금은 합쳐서 전체의 2%인 57만 달러(6억6000만 원)에 불과합니다. PGA투어 선수들과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남자골프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플랜 마련에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이왕이면 코리안 투어 1∼2개를 만드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의 지원보다 한국 남자골프의 미래인 젊은 유망주를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면 합니다.

현재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의 하부리그인 챌린지투어가 있습니다. 연간 20개 대회를 치르지만 ‘쌈짓돈 투어’라 불립니다. 후원사가 없어 선수들이 매번 13만 원의 참가비를 모아 상금과 대회 경비로 충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린피도 라운드마다 선수들이 내야 합니다. 그런데도 코리안 투어 진출을 꿈꾸는 젊은 선수들이 예선에 1300명씩 출전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열기에 비춰볼 때 남자골프의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CJ컵 창설을 주도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평소 ‘기업은 젊은이의 꿈지기’란 경영 철학을 설파해 왔습니다. 더 이상 젊은 선수 주머니에서 쌈짓돈을 내게 할 수 없기에 장기적인 후원 기업이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다음 CJ컵 때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는 의미 없는 출전권을 챌린지투어 상금왕으로 대체하면 어떨까요. 그들에게는 희망과 함께 큰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