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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새로운 전략

블랙핑크, 패셔니스타로 눈길
슈퍼엠, 유명그룹 융합 시너지

K-팝이 세계 음악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차트 ‘핫 100’ 2위에 오를 때만 해도 ‘말춤’을 앞세운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등에 업고 일군 ‘반짝 인기’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K-팝은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슈퍼엠이 배턴을 이어받으며 빌보드의 단골손님으로 우뚝 섰다. 저마다 전 세계에 한류를 전파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포인트다.

BTS의 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보텀업(Bottom-up)’, 즉 상향식이었다. 소위 말하는 가요계 3대 기획사 소속이 아닌 BTS는 전략을 수정했다. 앨범 발표와 함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컴백 무대를 갖고 유명 예능에 재능 많은 멤버 몇 명을 넣어 인지도를 확산시키는 뻔한 공식에서 탈피했다.

BTS는 SNS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과 홍보에 집중했다. 팬들과의 직접 소통을 시작한 셈이다. 소속사는 ‘판’을 깔아줬을 뿐, 나머지는 멤버들의 몫이었다. 각 멤버가 계정을 따로 쓰지 않고 오직 BTS 전체 계정 하나를 쓰며 팬들을 결속시킨 것도 주효했다. 저마다 다른 멤버를 지지하던 팬들이 한데 뭉치며 ‘아미(Army)’라는 독특하고 끈끈한 팬덤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 세상에는 국경이 없었다. 물리적 거리 때문에 한국에 올 수 없는 팬들도 웹상에서 BTS를 만났다. BTS는 단순히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청춘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외국의 청년들이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팬들 간 언어와 철학의 장벽까지 무너뜨린 건 BTS식 보텀업 전략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블랙핑크는 ‘여자 BTS’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글로벌 그룹이다. 그들의 존재감은 ‘가수’ 그 이상이다. 단순히 예쁘고 춤을 잘 추는 한국의 걸그룹이라는 평가를 넘어, 세계 패션을 선도하는 패셔니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문화가 되고, 글로벌 패션피플들이 이를 따른다. 블랙핑크의 영향력은 세계적인 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 팔로어로 확인된다. 국내 기준으로 볼 때, 블랙핑크의 리사(1위·2520만 명), 제니(2위·2120만 명), 로제(5위·1910만 명), 지수(7위·1800만 명)가 톱10 안에 랭크됐고 블랙핑크 오피셜 계정(2090만 명) 역시 4위다.

최근에는 그룹 샤이니·엑소·NCT의 핵심 멤버로 구성된 그룹 슈퍼엠이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밟았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캐피톨뮤직그룹이 손잡고 ‘톱다운(Top-down)’ 전략으로 일군 성과다. 데뷔 앨범이 미국 시장에 소개된 지 불과 열흘 만에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새로운 팬덤을 구축하며 첫 단추를 꿴 것이 아니라 기존 유명 그룹의 팬덤을 규합한 결과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략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이것은 K-팝이 글로벌 스탠더드 음악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음악팬들이 이를 듣고 좇는다는 방증이다. 그런 면에서 슈퍼엠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셈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