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공천권 배분 등 변수들 즐비
핵심 인물 결단도 성패 좌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형성해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수대통합론을 촉구하는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보수대통합이 성공할 경우 보수 진영의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정’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친박(친박근혜)계의 거부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모호성’ ‘공천권 배분’ ‘공직선거법 개정’ 등 변수들이 즐비해 보수대통합 논의는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보수 유권자의 대통합 압력 강도와 반문 연대의 총선 영향력 등 외부적 요인과 더불어 황 대표, 유 의원, 친박계 의원 등 핵심 인물들의 소리(小利)를 포기하는 정치적 결단에 따라 보수대통합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 중심의 보수 대통합 =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보수통합과 관련해 연일 “한국당은 문을 활짝 열고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우파 세력과 함께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당 내 대다수 의원도 황 대표가 말하는 보수통합의 원칙적 당위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당의 중심을 이루는 친박,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흡수 통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통합을) 하긴 해야 하지만 원칙은 있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당 대 당 통합은 어려울 것 같다. 바른미래당은 헤쳐모여 형식으로 우리가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한국당 지지세가 회복되면서 한국당 중심의 통합론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유 의원을 적대시하는 우리공화당도 고려해야 한다. 황 대표가 우리공화당 지지층을 의식해야 하기에, 유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과 당 대 당 통합 모양새를 취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도보수 통합 및 우리공화당 배제 = 한국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 중 다수는 당 대 당 통합을 통한 ‘중도보수 정당’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국당 내 한 비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과의 통합이 단순한 이합집산이 아니라 ‘가치통합’이라는 걸 유권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이미 영남 지역 여론이 한국당에 유리하게 조성된 상태에서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을 잡으려면, 당 대 당 통합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보수 중심의 통합이 성사되려면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우선 황 대표가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는 강성 친박계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지층 중 상당수가 우리공화당으로 이탈할 수도 있다. 중도보수 통합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합류가 필요하지만,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기는 어렵다. 안철수계는 유승민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합류에도 아직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분열 및 중도개혁신당 창당 = 황 대표가 친박계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에 주력할 경우, 한국당 비박계와 바른미래당 의원들 중심의 중도개혁 신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당의 한 비박계 의원은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지만, 보수 지지층이 TK와 부산·경남(PK)지역에 편중돼 있어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에서 일부가 탈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 및 선거연대=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 개편 여부는 보수 통합의 또 다른 변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구 의석이 줄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경우 복수의 보수 정당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보수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통합보다는 보수 정당 간 선거연대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