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금강산관광 지구를 방문, 남측 소유 시설에 대해 “민족성이 없고 건축 미학적으로 낙후한 만큼 싹 들어내라”며 철거를 지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1년 5월 관광특구법 채택
南과 맺은 모든계약 일방 파기

북한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을 계기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금강산에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과 북한 주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 지구에서 남측 시설을 들어내라고 지시한 것이 단순한 엄포가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남한을 배제한 채 자체적으로 금강산관광 지구 발전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2011년 4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금강산 관광지구를 내온다’라는 정령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앞서 2008년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에게 피살된 이후 남한이 금강산관광 중단을 발표하자, 북한은 2010년 4월 우리 측의 부동산 몰수·동결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2011년 4월,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련 독점권 면허 취소를 발표한 뒤 독자 개발 계획 수립을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2011년 5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채택해 남측과 맺은 모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현대아산은 그해 8월에 세 차례 방북해 독점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북한은 남측 기업의 물자와 재산 반출을 중단하고 남측 인원의 72시간 내 금강산 철수 조치를 강행했다.

북한은 독자적인 금강산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외국 언론사 및 관광회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나선-금강산 시범크루즈 관광’을 실시하는 등 홍보에도 집중했다. 온정각, 문화회관 등 우리 측 시설을 무단으로 이용한 관광 사업이었다.

북한은 2014년 발표한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 설치 정령에서 이 일대에 6개의 관광 지구를 설치하고 총 사업비 78억 달러(약 9조1065억 원)를 들여 2025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금강산관광 지구 현지지도에서 “금강산이 북과 남의 공유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강산에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를 꾸리며 개발총계획을 먼저 작성·심의하고 연차별·단계별로 건설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마식령스키장과 연결된 문화관광지구로 잘 꾸려야 한다”고 동해안 관광벨트 조성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