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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산업부 차장

2015년 10월, 정부는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개최했다. 그전까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던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내국인까지 확대한 행사였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준비돼 웃지 못할 일이 많이 벌어졌다. 정부 주도의 대형 할인 행사에도, 소비자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기존의 백화점 할인행사와 할인율이나 할인 제품에서 별반 다를 게 없어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정부가 행사 참가 업체들에 추가 할인을 권유했다. 등 떠밀려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정부의 강압적인 요청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율을 더 높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불과 며칠 사이에 같은 제품을 전혀 다른 가격에 구매한 소비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당시 백화점을 취재했던 기자 기억에 “사흘 전에 백화점에서 겨울 점퍼를 샀는데, 며칠 사이에 가격이 10여만 원이나 떨어졌더라”며 “억울한 심정에 환급하러 왔다”고 했던 한 소비자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관(官)’이 주도하는 행사에 억지로 민간 기업들을 불러모아 생긴 부작용이 대개 이런 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년 기획하고 주최해 온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이어받은 행사다. 몇 년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던 정부가 올해부터 이 행사를 민간 중심의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위원장도 민간인으로 뽑았다.

정부가 애써 ‘관(官)’의 이미지를 지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 냄새’가 짙게 풍긴다. 20억 원이 넘는 추진위원회 예산은 대부분 정부가 냈고, 회의나 행사 기획 등 대부분 권한도 여전히 정부 지휘하에 있다. 행사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라도 나오면 산업부가 해명자료를 낸다. 전시행정에 세금을 쓴다고 해도, 투입된 세금 이상의 효과를 내기만 한다면야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다. 전시행정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낸 사례가 그리 많지 않으니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코세페 행사는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인지, 내국인 소비 진작을 위한 것인지 뚜렷하지가 않다. 그러니 별다른 전략도 없다. 외국인 관광객이 행사의 주 타깃이라면 비자 면제 등의 제도 지원을, 내수 진작이 목적이라면 세제 혜택을 주는 등 판매·소비 촉진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규제를 풀어 기업이 시장에 돈을 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 돈이 근로자들에게 흘러들어 가 이들이 건전한 소비를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노동 유연성을 가로막는 친노조 성향의 정부 정책이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상황에서 내수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산업부는 유통업체들에 할인 행사 참여를 독려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약매입 심사지침을 고쳐 할인행사 때 백화점의 할인액 부담 비율을 50%까지 높이겠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다. 이렇게 손발 안 맞는 정부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기업들 처지도 정말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