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양도수익 ‘사업소득’ 과세 논란…“시장 축소 우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미술 애호가들이 부스별로 전시된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화랑협회 제공

- 화랑협회 등 ‘세법 개정’반발

정부“양도세 과세방식 모호
거래내용 보고 과세 여부 판단”

미술계 “2013년 기타소득 적용
1년새 시장규모 26%나 줄어
세금 더 높이면 아예 궤멸할 것”

갤러리나 경매회사인 옥션 등지에서 그림을 사고 팔았을 때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 문제로 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미술품 양도차익을 ‘분리과세 기타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방안이 알려지면서 미술 관계자들은 ‘시장의 궤멸’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미술 시장의 존폐 위기를 거론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는 31일 ‘양도세 사업소득 과세법’과 관련해 한국미술협회, 한국고미술협회, 민족미술인협회, 한국평론가협회, 한국조각가협회 등 6개 미술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술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홍 부총리는 “2008년에 관련 소득세법 개정 취지에 따르면 ‘기타소득’이 맞는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이 건도 국세예규심사위원회에 상정해 민간위원이 대다수인 곳에서 (논의)했는데, 무조건 기타소득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사안별로 판단할 사안이라는 예규심이 나왔고 국세청이 판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미술품 양도세 과세방식이 모호한 점이 있으니 소득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 같은 정부의 방침은 미술 시장에서의 세수 확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7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술 시장 거래 규모가 2015년 3903억 원에서 2017년 4942억 원으로 26.6% 급증하는 동안 양도차익 과세는 37억3000만 원에서 38억9000만 원으로 겨우 1억6000만 원(4.2%) 늘어났다.

미술계가 위기를 느끼는 것은 양도세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하지 않고 ‘사업소득’으로 분류할 경우 높은 세율로 인해 아예 미술품 거래가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행 과세제도에 따르면 종합소득액이 3억 원인 사람이 10억 원의 그림을 판매한 경우 현재는 원가비율 80% 즉 8억 원을 뺀 2억 원에 대해 양도세율 22%(지방세 포함)를 적용받아 4400만 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미술품 판매 수익을 사업소득으로 규정하면 기존 소득 3억 원에 판매 차익 2억 원이 더해지고 이 구간에 대해 최대 46%의 세율이 적용되며 세금 폭탄을 맞아 8000만 원 이상 낼 수 있다.

현재는 또 점당 6000만 원 미만, 국내 생존 작가 미술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논의 중인 과세 방안은 모든 미술품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 기준으로 거래 횟수도 반영될 것으로 전해진다.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는 2008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과세토록 했으며, 유예기간을 거쳐 2013년 처음 시행하면서 기타소득으로 보고 분리과세를 적용해왔다. 지난달 ‘미술품 양도차익의 사업소득 과세 관련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한 최웅철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소득세법을 개정할 경우 결국 미술계 후원자이자 버팀목인 개인소장가들을 내쫓아 미술 시장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6000만 원 이상 작고(作故) 작가 작품의 양도에 따른 수익이 기타소득세로 간주돼 세금이 부과되면서 미술 시장 규모가 2012년 4405억 원에서 2013년 3249억 원으로 추락했다. 이후 국내 미술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금을 더 높이자는 방안이 미술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순종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는 “사업소득으로 돼 세금이 과다하게 부과될 경우 컬렉터들이 작품 구매를 꺼릴 것이고, 미술 시장을 크게 위축시켜 예술 분야의 발전을 심히 저해할 것이다. 이는 결국 미대 졸업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기재부 관계자는 “그림 거래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보는 입법 취지를 충분히 인정한다”며 “다만 과세할 때 거래의 내용과 횟수, 형태 등을 고려해 기타소득으로 봐야 하는지 사업소득으로 분류할지는 ‘사실 판단’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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