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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나 내나’ 미정役 장혜진

기생충 끝내자 주연 제안받아
어머니 찾아 떠나는 여정 그려
결혼후 연기 더 좋아진것 같아

“가족 덕분에 배우라는 직업에 매몰되지 않고,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배우 장혜진(사진)은 10여 년을 단역으로 보내면서도 꿋꿋이 버티며 연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동력이 가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졸업 후 1998년 영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으로 데뷔했지만, 자신감을 잃고 바로 연기를 접었다.

고향인 부산에서 다른 일을 하며 결혼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는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복귀했다. 이후 ‘우리들’(2015), ‘당신의 부탁’(2017) 등에 출연했지만 이름을 선명하게 알리진 못했다. 그러다가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반지하 집 기택(송강호)의 아내 충숙 역을 맡으며 칸 레드카펫을 밟았고, ‘1000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장혜진은 인터뷰에서 “결혼 전에는 내 연기를 객관적으로 볼 여유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뭐든 집중해서 해요. 몰입도 잘하고요. 근데 지구력이 없어요. 계속 집중하다가 지쳐버리죠. 배우라는 직업에만 빠져있었으면 찌들었을 수도 있어요. 가족이 생기며 배우와 자연인의 삶을 분리할 수 있었고, 연기도 더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밥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숙제 시킬 때는 연기를 잊게 돼요. 그러다가 촬영현장에 가면 집 생각 안 하고 연기에 빠져들죠.”

‘기생충’ 촬영을 마치자마자 그에게 한 작품을 오롯이 이끄는 주연의 기회가 왔다. 그는 30일 개봉하는 ‘니나 내나’(감독 이동은)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두 남동생을 끔찍이 챙기는 장녀 미정 역을 맡았다.

그가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신나게 연기를 펼친 이 영화는 괴팍한 아버지에게 시달리다가 집 나간 어머니로부터 편지 한 통이 날아오자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나서는 세 남매의 여정을 그렸다.

“미정 캐릭터에 공감해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특별히 뭘 꾸며서 연기하지 않았어요. 그저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로 보이려고 했어요. 연기를 시작하고, 서울말을 배웠는데 이 영화에서는 부산 사투리를 쓸 수 있어서 더 신났어요. 제가 실제로도 장녀지만 미정처럼 든든한 누나는 아니에요. 실수 많이 하고 덜렁대는 저를 동생이 오빠처럼 챙겨주죠(웃음).”

연기인생 최고의 해를 맞은 그는 “한결같은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꿈꿔왔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지만 그 욕심에 제가 변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추슬러요. 선후배들에게 변한 것 같으면 지적해달라고 부탁하고요.”

그는 또 “지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걱정도 많고 불안해하는 성격이에요. 이랬다저랬다 변덕도 심하고요. 그런 제 성격이 에너지를 많이 쓰게 해요.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어요. 배우로서는 마구 요동치더라도 ‘자연인 장혜진’은 요동치지 않고 살고 싶어요.”

글·사진=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