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소문나게 오르지만 떨어질 때는 소리가 없습니다. 특히 급등한 집값이 하락할 때는 물러나는 안개처럼 소리가 없지요. 최근 서울 집값은 소문나게 급등했습니다. 경기 침체라는 악재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저금리를 지렛대 삼아 철저한 매도자 우위 시장을 유지하고 있지요.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이미 지난 7일 ‘매수우위지수(100보다 높으면 그만큼 매수자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가 103.4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첫째 주(104.8) 이후 51주 만에 처음으로 100선을 돌파한 것입니다. 매도자 우위 시장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유력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단지에도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107.47㎡는 대지 지분에 따라 현재 43억5000만~44억 원의 시세를 유지하고,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41.98㎡는 20억4000만~23억 원에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3.3㎡당 1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등장하는 등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과 달리 지방(광역시 일부 구 지역 제외) 집값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수도권까지 확산하는 중이고요. 수도권에서도 경기 남부권의 약세가 두드러졌지요.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는 11.5% 상승했지만 경기 남부권의 평택(-7.6%), 오산(-6.1%), 안성(-5.5%) 등은 뚝 떨어졌습니다. 더구나 평택과 안성은 경기도 미분양주택(8600가구)의 43.7%인 3700여 가구가 쏠려 있지요. 정책 당국과 수요자들이 서울 집값에 집중하는 사이 지방에 이어 수도권 남부지역이 집값 약세라는 경보지대로 들어선 것입니다. 서울이 소문나게 오르는 사이, 지방에 이어 경기 남부권도 사라지는 안개처럼 소리 없이 떨어지고 있지요.

특정 지역 집값만 이상할 정도로 오르는 상황에서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은 ‘따라잡기’에 나서면 안 됩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0~2.1%로 낮추고, 대내외적인 경제환경 악화와 함께 국가 성장 엔진이 식고 있는 상황에서 ‘확신 없는 부동산 투자’는 금물입니다. 밀물이 있으면 반드시 썰물이 있듯이 부동산 시장도 경제환경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이지요. 무주택자들의 ‘불안과 불면의 시간’ 이후에는 다주택자와 꼭짓점 투자자가 불안한 때가 옵니다. 지금은 블루칩 지역 분양 물량이 나오면 청약을 하되, 집값 추이와 거래량 지표를 보면서 매수 골든타임을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