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주루용 벙어리장갑을 낀 서건창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회 초 선취득점을 올리고 있다. 키움 제공

KS 두산 - 키움 주루용 슬라이딩 장갑

양키스 선수 가드너 처음 고안
2014년 KS 첫 등장해 대세로
키움, 올 시즌 10개 세트 들여와
김하성 “맘 놓고 슬라이딩하죠”

“벙어리 장갑은 착용감 떨어져”
두산 선수들 손가락 장갑 사용
타격장갑 낀 채 주루하는 선수도

두산과 키움이 격돌하는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한국시리즈에서 야구팬의 눈길을 끄는 장비가 있다. 슬라이딩장갑. 주자는 빠르게 질주하고, 슬라이딩을 하기에 늘 손을 다칠 위험이 따라다닌다. 손가락이 베이스에 닿으면서 꺾이거나 베이스를 커버하는 수비수의 발, 즉 스파이크에 짓밟힐 수 있다. 그래서 안타, 볼넷 등으로 출루하면 타격장갑을 슬라이딩장갑으로 바꿔 끼곤 한다.

그런데 두산과 키움 주자의 슬라이딩장갑은 대조적이다. 원정인 잠실구장에서 2연패했고 25일부터 홈인 고척스카이돔에서 반격을 꾀하는 키움은 벙어리장갑 스타일. 반면 두산은 손가락장갑을 쓴다. 슬라이딩장갑, 즉 주루용 장갑은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지급한다. 야구규칙은 배트와 글러브 등 기본적인 장비의 길이, 색상 등은 제한한다. 하지만 주루용 장갑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 그래서 외형을 마음껏 바꿀 수 있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루용 벙어리장갑 10개를 구입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루용 벙어리장갑의 가격은 오른손과 왼손, 한 세트에 10만∼15만 원. 키움은 한쪽만 15만 원 전후인 고가품을 구입했다. 일반 주루용 장갑, 즉 손가락장갑은 벙어리장갑보다 3만∼4만 원 저렴하다.

키움은 엄지를 따로 넣고 나머지 네 손가락이 한군데에 함께 들어가거나 엄지와 검지, 그리고 나머지 세 손가락이 따로 들어가는 벙어리장갑을 쓴다. 다섯 손가락이 모두 들어가는 장갑도 사용한다. 벙어리장갑 두께는 일반 장갑보다 두툼하며, 특히 슬라이딩할 때 손가락이 베이스에 부딪혀 꺾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가락 끝부분이 푹신하게 제작됐다. 그리고 손등과 손바닥 부분에 플라스틱 패널을 댔다.

하지만 삼성 등 일부 구단에서는 플라스틱 패널이 오히려 부상을 초래한다면서 제거한 채 사용하고 있다.

벙어리장갑은 2014년 국내 프로야구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당시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삼성 박해민이 도루를 하다 왼손 약지가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박해민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김평호 주루코치는 목동구장 인근 마트에서 2만 원짜리 스노보드용 벙어리장갑을 사 박해민에게 전달했고, 박해민은 이 벙어리장갑을 착용하고 삼성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후 나머지 구단들도 벙어리장갑의 효용성에 주목했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쓰는 주루용 벙어리장갑을 국내로 들여왔다.

벙어리장갑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외야수 브렛 가드너가 처음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왼쪽 손가락이 부러졌던 가드너는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고 시행착오를 거쳐 엄지와 네 손가락이 들어가는 벙어리장갑을 착안했다. 가드너는 이제 벙어리장갑을 쓰지 않지만, 많은 메이저리거가 벙어리장갑을 애용하고 있다.

키움의 호타준족 유격수 김하성은 “벙어리장갑은 베이스를 터치할 때 손가락이 보호되기에 과감하게 슬라이딩할 수 있다”면서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벙어리장갑을 낀 채 33도루(2위)를 챙겼다.

반면 두산은 손가락장갑을 쓴다. 두산 관계자는 “(벙어리장갑을) 2017년 시범용으로 잠깐 썼었는데, 선수들이 무겁고 불편하다고 하길래 그냥 일반 손가락장갑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루용 장갑이 아닌 타격장갑을 낀 채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두산 선수들도 있다. 정수빈은 “다섯 손가락이 자유로운 손가락장갑의 착용감이 (벙어리장갑)보다 더 좋다”면서 “일반 주루용 장갑도 튼실하다”고 말했다.

주루용 손가락장갑의 외형은 타격장갑과 같지만 타격장갑보다 두껍고 손바닥에 스펀지가 붙어 있다. 손가락, 손등, 손바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24일 잠실구장에서 주루용 손가락장갑을 낀 두산 정수빈. 두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