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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호르몬 DHT가 원인
정수리 모발 얇아지면서
앞머리 M자형으로 변형

초기엔 약물로 치료 가능
오래됐을 땐 모발 이식도

앞머리를 한껏 넘긴 포마드 스타일을 고수해오던 20대 후반의 김모 씨는 최근 헤어스타일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 된다. 매일 머리를 감으며 적잖이 머리가 빠지는 걸 느끼긴 했지만, 이제는 이마 양쪽이 점차 올라가 흔히 말하는 M자 이마가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기분이 들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왜 탈모가 웃음거리로 여겨지는지 심란하기만 하다.

모발은 계절, 나이,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데, 인종에 따라서도 다른 특성을 보인다. 한국인의 모발은 백인보다 모발 성장 속도와 밀도가 떨어지는 편으로, 두께가 굵고 개수 또한 적어 모발이 가늘어지는 남성형 탈모 발생 시 탈모 증상이 더 두드러진다. 다행히 한국인의 남성형 탈모 유병률은 14.1%로, 백인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남성형 탈모증으로 병원을 찾은 남성 환자 열 명 중 여섯 명(59.5%)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나 탈모가 더 이상 중·장년의 고민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형 탈모증은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진행돼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자각하게 된다. 의학적 관점에서 다른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겨지지만, 본인 외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고 자존감 저하마저 초래하는 경우도 있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남성형 탈모증은 남녀 모두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탈모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지속적인 머리 빠짐을 통해 앞머리가 M자 모양으로 변형되거나 정수리 부위 모발이 얇아져 두피가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하루에 빠지는 모발 수가 100개 이상이거나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다른 부위보다 눈에 띄게 가늘어지고, 이마가 점차 넓어진다면 남성형 탈모증을 의심할 수 있다. 나용필 나용필모피부과의원 원장은 “특히 남성형 탈모증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는 나이가 적을수록, 탈모 기간이 길수록 더 높게 나타난다. 그렇기에 탈모 초기 증상 인지를 통해 의학적 치료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남성형 탈모증은 적극적 치료를 통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이 남성형 탈모증 발생에 영향을 주지만 유전적 소인과 남성호르몬, 나이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의 두피에서 5알파 - 환원효소와 결합해 변환된 남성호르몬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에 의해 발생한다. DHT가 모모세포에 작용해 세포 분열을 억제하고 모발 성장을 저해한다. 이러한 요인이 다른 탈모 유발 원인과 함께 영향을 줄 경우 탈모의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도 한다.

남성형 탈모증 치료를 위해 의학적으로 공인된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와 수술치료가 대표적이다. 약물치료는 바르는 약이나 먹는 약을 이용해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의학적 치료 방법 중 가장 많이 활용된다. 다만, 일시적 사용으로는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워 2∼3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모발을 탈모 부위로 옮겨 심는 모발 이식 수술도 있다. 주로 탈모 진행이 오래됐거나 다른 치료 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을 통해 이식된 모발은 뒷머리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해 굵고 길게 자라는 특성을 가진다. 이 같은 모발 이식은 단기간에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효과적이나 자연스러운 형태가 완성되기까지는 1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나 원장은 “탈모 시작 단계의 경우는 성급하게 모발 이식을 진행하기보다 약물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모발 이식 이후에도 이식을 받지 않은 탈모 부위에서는 탈모가 지속되므로 꾸준한 약물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며 “만족스러운 모발 이식 결과를 위해서는 수술 전후 관리에 유의하고, 추후 진행될 탈모까지 예측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