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3일 서울 종로구 단성사 영화역사관 개관식에 참석한 이장호(왼쪽부터) 감독과 임권택 감독, 신영균 명예이사장, 배우 김혜자, 한지일 등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역사관’ 개관식 축사

“관객 몰려 정신없던 기억나
후배들 노력이 한국영화 양분”

이장호 “단성사는 문화유적
백년 뿌리가 천년의 숲으로”

“단성사에 와보니 내 영화인생 최고의 선물인 ‘서편제’가 생각나 가슴이 아려옵니다.”

임권택 감독은 23일 서울 종로구 단성사 영화역사관 개관식에 참석해 이같이 감회를 밝혔다. 단성사는 최초의 한국영화로 알려진 김도산 감독의 연쇄극 ‘의리적 구토’(1919)가 상영된 곳으로, 이 건물을 운영 중인 영안모자가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상영관 1개를 보존하고, 지하 2층을 영화역사관으로 꾸몄다.

이날 개관식에는 임 감독과 한국영화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이장호 감독, 신영균 신영균예술문화재단 명예이사장, 배우 김혜자 등 영화계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임 감독은 “‘서편제’ 개봉 당시 매일 단성사 앞 다방에 앉아 몰려드는 관객을 보며 몇 달을 정신없이 보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후배들의 노력이 지금의 존재감이 큰 한국영화를 만들었다”며 “그런 상은 누구 하나 뛰어나다고 불쑥 주는 게 아니다. 탄탄한 문화가 쌓인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장호 감독은 축사에서 “26∼2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단성사 영화역사관이 개관해 의미가 크다”며 “단성사는 문화유적지다. 한국영화가 오늘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건 가난과 어려움이라는 유전인자가 우리를 성장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영화 100년의 뿌리가 이제 천년의 숲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신영균 명예이사장도 “1926년 단성사에서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이 개봉했고, 2년 후 내가 태어났다”며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영화역사관을 잘 지켜주고, 발전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성사 영화역사관에는 영화 포스터, 전단, 시나리오, 촬영장 스틸컷 등 원본 자료와 영화 관련 장비 등 8만2400여 점 중 선별된 5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한편 한국영화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는 26∼27일 양일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영화 100년 광화문 축제’를 연다. ‘부산행’의 좀비가 되고, ‘히말라야’ 속 주인공처럼 눈 덮인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 한국영화 명장면 체험행사가 개최되며 시대별 한국영화 포스터를 전시하는 ‘한국영화 100년 전시’도 마련됐다. 또 한국 영화감독 100인이 만든 100초 영화 ‘100x100’도 선보인다. 27일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인과 음악가들이 펼치는 기념음악회가 열린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