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A. 비슷한 아픔 겪은 사람들 만나 위로하는 기회 가지세요

▶▶ 독자 고민

50대 남성입니다. 사랑하는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새끼일 때부터 키워 애정이 각별했는데, 세상을 떠나게 되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친구들이 새 강아지를 키워보라고 위로하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이제 화가 날 지경입니다. 제 이런 상실감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요?

▶▶ 솔루션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지요.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기 전에 여쭤보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이름은 뭔지, 몇 살까지 살았는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장례는 어떻게 하셨는지, 무엇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지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관계로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동물이나 사람이나 서로 의지하고 깊은 교감을 나눈 경우라면 그 이별의 아픔은 하등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조건 사랑을 주고받은 관계였기에 그 슬픔이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 어깨가 떨어져 나간 것 같고, 한동안 의욕을 잃고, 무엇으로도 그 헛헛한 마음을 달랠 수 없는 힘든 시간이 이어집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런 ‘애도 반응’은 이상한 게 아니라 아주 정상적이고 인간적인 반응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마음껏 슬퍼하시길 바랍니다. 사랑을 나눈 사람이 그 죽음을 슬퍼해 주지 않으면 누가 슬퍼해 주겠습니까! 다만 그 슬픔을 주위 사람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공감하기가 어렵고,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비슷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에는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모임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추모의 공간을 마련하고 기념의식을 잘 치러 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치르고 삼우제, 49재, 그리고 제사 등을 치릅니다. 이는 단지 형식이나 절차가 아닙니다. 이 같은 추모 의식은 죽은 자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떠나보내고 산 자의 마음을 추스르는 일종의 치유 행위이자 회복 과정입니다.

또 마지막으로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말이 안 되는 가정이지만요. 만약 세상을 떠난 강아지가 1분 동안 살아나 사람처럼 말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떠날까요?

계속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나 노년의 나이일 테니 의젓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함께 해서 기뻤고 빨리 기운 차려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라고 거듭 당부하지 않을까요? 부디 그렇게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