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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국가기관의 개혁 목표는 명백하다.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수호하는 방향으로 정비하는 게 개혁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여당이 주창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는 여러 가지 법적·정치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그 목적이 잘못됐다. 정부·여당은 너무 센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헌법 정체성 수호가 아닌 검찰 힘 빼기는 결코 올바른 목적이 될 수 없다. 또, 적잖은 국민은 정경심 피의자가 보호받는 게 인권 보호라고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수사는 피의자의 천부인권인 생명권·자유권·재산권 침해를 당연히 예정한다. 극단적으로, 범죄인은 사형 판결을 받으면 가장 큰 인권인 생명권도 박탈당한다. 수사기관이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은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정의를 바로 세우고, 모든 국민을 위해 더 큰 자유를 지켜내는 일이다.

다음으로, 공수처 설치를 추진하는 동기도 매우 불순하다. 공수처 설치는 위선과 가식으로 둘러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쏟아지는 사퇴 주장과 가족 수사에 버티면서 내세운 것이다. 그런데 그는 논문에서 법 사멸론을 주장했다. ‘인민의 자율규범으로 법을 대체하자’는 사회주의적 주장이다. 법은 불필요하고 광장의 함성이 주인이라는 사회주의 사고가 잘못이 아니라는 사람이 공수처 창설을 주장하는 건 위선이다. 게다가, 공수처의 정치적 남용 위험성은 엄청나다. 만약 조 씨 가족에 대한 수사를 ‘대통령 직할’ 공수처에서 맡았더라면 부도덕한 그를 법무부 장관에서 끌어내릴 수 있었을까?

또 하나, 위헌 문제도 따른다. 정부·여당은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줘서 검찰을 제한하겠다고 한다. 그것은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인 검찰 기소독점주의를 전제했던 헌법 위반 문제를 야기한다. 더욱이 현재 대한민국에는 수사기관과 조사기관이 너무 많다. 경찰, 검찰, 상설특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 총리실 감찰, 감사원 감사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중첩적인 수사와 조사는 모두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 정체성 수호를 위한 수사기관의 개혁은 정보기관 개혁과 함께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 세계 안보 선진국의 개혁 방향은 명백하다. 국가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중대범죄에 대해선 수사와 정보를 결합해 국가안보 범죄를 발본색원하라는 것이다. 국가안보 범죄에는 내란죄와 외환죄를 포괄한 반역죄, 경제 간첩과 사이버 간첩을 포함한 간첩죄, 파괴활동범죄, 테러리즘이 있다. 따라서 공수처가 아니라, 이런 현대 범죄에 대처할 수 있는 가칭 ‘헌법수호청’을 창설하는 게 진정한 개혁이다.

모든 개혁론자는 외친다. 개혁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한 것이라고.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머릿속의 추상적인 이론, 특히 정치적 계산으로 시작된 개혁은 역사 단절 범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건국 이후 이어져 온 검찰 조직을 특정한 정권이 단절시키는 것은, 미래 후손들이 선조들이 만들고 가다듬어온 헌법 수호 체계를 경험할 기회를 뿌리째 박탈하는 것이다. 개혁이 그 뿌리는 흔들지 않으면서 천천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난장판이 된 한국 사회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오히려 제왕적 청와대 개혁, 국회 개혁, 권력의 나팔수가 된 언론 개혁이라고 함이 상식적일 듯하다. 정치권은 공수처 논의가 ‘위선자 조국 일병 구하기’라는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