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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 ‘밥집’과 ‘집밥’은 단어의 구성 요소는 같되 순서만 다를 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꽤나 오묘하다. ‘밥집’은 밥을 파는 집이고 ‘집밥’은 집에서 먹는 밥이다. 본래 밥은 집에서 식구들과 먹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에는 밥집이 있을 수가 없고 집밥이란 말도 필요가 없다. 집 밖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이 잦아지고 그런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돼야 비로소 밥집이 생겨날 수 있고, 그에 대응되는 말인 집밥이 생겨날 수 있다.

고유어 ‘밥집’을 대체할 수 있는 말은 ‘식당’일 텐데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밥집’은 ‘밥에 간단한 반찬을 끼워서 싼값에 파는 집’으로 풀이되고 있다. 예문은 ‘싸구려 밥집’ ‘밥집 아주머니’ ‘밥집과 대폿집’ 등으로 구성돼 있으니 그 격이 결코 높지 않다. ‘고급 식당’은 가능하나 ‘고급 밥집’은 어색하니 ‘식당’이 더 대접받는 단어다. 나아가 ‘레스토랑’이나 ‘퀴진’에까지 이르게 되면 밥집은 너무도 초라한 단어가 된다.

그러나 ‘밥집’의 단어 순서를 바꾼 ‘집밥’은 순서뿐만 아니라 그 격도 뒤바뀐다. 집밥은 밥집밥 또는 식당밥이 있고 난 뒤에야 필요하니 더 후대에 생겨난 말이다. 식구들과 떨어져 지내며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먹는 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만들어낸 말이다. 만든 이의 정성이 듬뿍 담긴 밥, 그윽한 맛이 깊게 밴 반찬에 대한 찬사가 담긴 말이다.

식당밥의 일종인 ‘외식’은 집밥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집 밖에서 밥을 먹는 것이 외식이니 결국 식당밥을 먹는 것이지만 외식이라 표현하면 좀 더 근사해진다. 매일 먹던 음식과는 다른 음식을, 그것도 조리와 설거지 걱정 없이 먹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가끔 해야 외식이지 늘 그렇게 먹는다면 결국 식당밥이 된다. 그러나 아직은 진짜 집밥 밥집은 없는 듯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