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원자력 기술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脫原電) 정책으로 고사(枯死) 위기에 직면한 상황을 보다 못한 학계 일각에서 눈물겨운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오는 19일 학생·연구원·동문 등이 참석하는 학과 창설 60주년 기념식에서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설립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설립 비용은 동문 후원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학과장인 심형진 교수가 “정치인들이 탈원전 정책을 수립했고, 그 과정에 원자력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됐다. 국민에게 원자력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싱크탱크가 없었던 것이 그 원인이다”라고 지적한 취지대로, 탈원전은 비(非)전문가들의 황당한 선동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환경적이지도 않다”고 왜곡하며 선언한 배경이다. 그로 인해 원전 생태계는 붕괴 직전에 이르고, 선진국들이 부러워하던 수출도 제동이 걸렸다. 초우량기업이던 한전도 부실화했다. 비현실적 대체 에너지 확대의 폐해는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원자력 기술의 미래인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지원 학생도 급감하고, 취업률도 급락했다. 1기 졸업생들이 지난해 11월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 학계의 회복 불가능한 붕괴를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던 이유다. 문 정부는 개별 학과가, 그것도 졸업생들 지원을 받아 원자력기술연(硏) 설립에 나선 기막힌 사연이나마 경청하고 재앙을 더 키우기 전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