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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위성사진 분석업체 ‘스페이스노’는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인공위성 운용업체로부터 중국 전역의 공업지대 6000여 곳을 찍은 위성사진 22억여 장을 입수한다. 그런 후 위성에 포착된 중국 내 공장건설·도로 설치 등 경제활동을 분석해 발표하는 게 ‘인공위성 제조업지수(SMI)’다. 이 지표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공식 발표하는 구매관리자지수(PMI)보다 더 신뢰를 받으면서 글로벌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로부터 인기몰이 중이다. “중국 통계를 믿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통계 부풀리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빚어진 촌극이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19세기 벤저민 디즈레일리 영국 총리는 통계 조작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국정책임자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지만, 통계 조작은 한 국가를 절벽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리스는 2000년 유로존 가입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6%로 확 낮춰 발표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실사 결과 그리스의 실제 재정적자가 무려 13.6%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리스의 신인도는 땅에 떨어지고 그리스는 국가부도 위기로 치달았다. 아르헨티나는 돈을 마구 찍어내 펑펑 쓰다가 경제가 고꾸라지자 2006년부터 통계 조작에 손을 댔다. 2013년부터는 “아르헨티나는 빈곤에서 해방됐다”며 빈곤 관련 통계 집계를 아예 중단시켰다. 이 같은 통계조작은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의 시발점이 됐다.

올해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최대 쟁점은 통계 왜곡과 조작 의혹이었다. “최저임금 긍정 효과가 90%”라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발언 뒤엔 청와대가 통계청을 압박해 불법으로 빼낸 자료로 만든 엉터리 보고서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이 보고서를 작성했던 당사자가 현재 통계청장을 맡고 있다고 하니 여간 찜찜한 게 아니다. 매월 고용·물가통계, 분기별 소득 통계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통계 숫자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통계에 ‘의도’가 곁들여지면 분석은 왜곡을 넘어 조작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과 괴리된다. 통계를 ‘정치 산수’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가장 신뢰받아야 할 기초자료인 정부 통계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현실은 국가적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