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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의 역사 /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성춘택 옮김 / 소소의책
근대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인류의 역사가 6000년 전에 시작됐다고 믿었다. 이는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를 역산해 얻은 결과다. 오늘날 우리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이 약 300만 년 전 아프리카 남부에서 등장했음을 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인류가 6000년 전보다도 훨씬 이른 40만 년 전부터 불을 사용했으며, 기원전 1만 년경부터 농경을 시작하고, 기원전 7000년경부터 도시를 건설했다는 사실도 안다. 이 같은 지식은 모두 고고학의 발전과 함께 이뤄졌다.
이 책은 고고학이야말로 오랜 세월에 걸친 인간 사회의 변화를 연구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고고학이 학문으로 태동하던 18세기서부터 시작해 고고학사에서 중요한 발견·발굴, 새로운 전환점이 된 학설·체계·기술 등의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많은 사람이 ‘고고학’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할리우드 영화 ‘인디아나 존스’다. 황금으로 뒤덮인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 잃어버린 문명을 찾아 낯선 땅에서 발굴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은 고고학자의 전형으로 여겨져 왔다. 저자는 우선 고고학이 고작 250년 전에 탄생한 학문이며, 낭만적 탐험이 아닌 보물 사냥에서 시작됐음을 밝힌다. 고대 유물에 관심을 두고 수집에 열을 올리던 호고가(好古家)들이 고고학자의 원류란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업적을 폄하할 순 없다. 대다수의 사람이 창세기를 믿던 당시에 영국 탐험가 오스틴 레이어드는 이라크 북부에서 성서에 기록된 도시 니네베를 찾아냈다. 하인리히 슐리만은 호메로스의 영웅들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트로이를 발굴해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과 독일의 네안더 계곡에서 발견된 원시적인 두개골과 팔다리뼈 등은 인류의 기원 연구에 새로운 무대를 마련했다. 이들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 덕분에 고고학은 호고가의 취미에서 벗어나 전 세계에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발견이 이어지고 기술도 진전함에 따라 우리는 과거를 더 쉽게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 리모트센싱 기술로 땅을 파지 않고도 땅속을 들여다볼 수 있고, DNA·동위원소 분석 등과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이 개발되면서 발굴로 인한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에도 바쁜 요즘 세상에 과거를 파고드는 고고학은 시대착오적인 학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고고학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고고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생물학적·문화적 다양성을 밝힘으로써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가 현재와 미래와 연결돼 있다는 시각, 고고학이 우리에게 여전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416쪽, 2만3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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