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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法 제정’ 찬반 논쟁

인권 영역에서 시민사회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 가운데 하나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찬성 측은 소수자 보호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법이 정당한 의사 표현이나 행동의 자유까지 억누를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적잖다.

시민단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따르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이다. 지난 2007년 법무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처음으로 입법예고했지만, 종교계와 경영계 등의 반발에 부닥치며 총 20개의 차별금지 조항 중 성적 지향·학력·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병력·출신 국가·언어·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등 7개의 차별사유가 삭제됐다. 결국 이 법은 2008년 17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18·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역시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측은 “차별금지법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한다. 차별금지법이 차별받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등 소수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평등과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국제사회도 차별금지 법제화를 권장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열린 유엔 보편적정례검토(UPR)에선 미국·캐나다 등 24개국이 한국을 상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지난달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면 과제로 인권위법 개정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언급하며 “종교계 등과 사회적 대화도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이 기업의 경영권이나 종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혐오표현’이란 이유로 억누를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이형오 난민대책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인권이란 명분으로 법이 제정되더라도 실제로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공동대표는 “불법체류자 문제·외국인의 과도한 특혜 등에 대해 시민들이 정당한 우려를 제기해도 인종차별이나 혐오표현이란 이유로 억압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