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 상대로도 끔찍한 범행
법률 강화에도 범죄는 안줄어
법원·경찰, 가해자 두둔하기도

인도는 지구상에서 여성이 살기 가장 힘든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강간과 성폭력이 만연한 데다 결혼지참금이 부족하면 신부를 죽이는 ‘지참금 살인’, 남편의 시신을 화장할 때 살아 있는 아내를 화형하는 ‘사티’ 관습으로도 악명 높다. 극단적인 성범죄가 반복되는 이유에 근절되지 않은 성차별적 구습, 강간 사건에 대한 공권력과 의료진의 안일한 대응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인도 마디야 프라데시 지역에서 5세 여아가 진흙에 뒤덮인 채 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강간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몸에서 나무막대기와 진흙 등으로 고문당한 흔적도 발견됐다. 지난 8월에는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10대 형제가 6세 여아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일이 발생했다. 피의자 형제의 어머니는 피살된 여아의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했다. 같은 달 비하르주에서는 남성 6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15세 소녀가 삭발 상태로 조리돌림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 논란이 됐다. 강간 사건에 대한 마을회의에서 주민들이 피해자를 무고죄로 몰아 소녀에게 삭발하게 한 뒤 마을을 돌게 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6월에도 성폭행에 저항한 모녀에게 마을 사람들이 되레 폭행한 후 이들을 삭발해 동네를 돌게 한 바 있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2012년 ‘뉴델리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인도 정부는 관련 법률을 강화했지만 성폭행 발생 빈도는 줄지 않고 있다. 당시 오후 9시쯤 남자친구와 영화를 본 뒤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20대 여대생은 ‘늦은 밤에 돌아다닌다’는 구실로 남성 6명에게 집단 성폭행당한 뒤 숨졌다. 이 사건은 인도의 성차별 관습과 일반인들의 인식 자체가 사회에 극단적이고 만연한 성폭행의 주범임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여성 총리와 대통령을 배출한 인도에서 중산층 이상의 여성은 일정한 지위가 보장되지만 시골이나 빈민가에서 태어난 여아들은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치부된다. 남아선호사상의 영향으로 태아의 성별을 감별한 후 낙태를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2011년 인구조사 결과 남성 1000명당 여성은 914명으로 성비 차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남성의 82%가 글을 읽을 줄 알지만 여성의 경우 65%만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등 교육격차도 심하다.

1929년 영국 통치 기간에 아동결혼법을 통과시켜 결혼이 가능한 나이를 제한했는데도 오랜 조혼 풍습은 여전히 인도의 전통으로 여겨지고 있다. 90여 년에 걸쳐 법이 개선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용지물인 셈이다.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 소녀들이 15세 미만에 결혼한 비율은 18%이고, 18세 미만에 결혼하는 비율은 30%에 달한다. 인도의 막대한 지참금 전통은 딸을 결혼시킬 때 가족에게 경제적 타격을 주는데, 신부가 충분히 어릴 경우 신랑 측에서 돈을 덜 요구한다는 이유로 신부 측 가족은 딸을 빨리 결혼시키는 방식을 선호한다.

인도에서는 아동 결혼에 대해 “미성년 소녀들의 출산을 야기하는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는 동시에 “강간과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오히려 조혼이 현명한 조치”라는 반론이 맞서 아직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

법원과 수사기관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연관된 사건들에 여전히 지나치게 관대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인도 경찰은 2012∼2016년 사이 접수된 성폭행 사건의 3분의 1가량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델리에서 강간 혐의로 기소된 706건의 사건 중 단 한 건만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4년 인도 대법원 판사들은 지참금 살인 및 학대에 관한 법률이 “불만에 찬 아내들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며 “시집을 괴롭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 규정을 이용해 남편과 그의 친척들을 체포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강간 사건이 발생한 후 의료진의 관행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인도에는 의사들이 두 손가락을 여성의 질에 삽입해 성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관습이 의료 현장에서 계속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식은 강간 혐의를 밝히는 데 신빙성이 없다고 여겨져 2016년 금지됐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 같은 관행에 대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굴욕적이며 비인간적인 검사”라고 비난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