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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개월간의 ‘조국 정국’으로 나라는 두 쪽으로 갈렸고, 혹여 말싸움으로 번질까 봐 집안 식구들끼리조차 작금의 상황을 얘기하기 두려운 상황에서 국민의 구지욕(求知欲)을 충족시켜 줄 창구 중 하나인 방송 뉴스를 보노라면 더욱 암울하다. 방송마저 두 쪽으로 갈려 겉으로는 객관성을 외치고 있지만, 내면으로는 뒤에 숨은 진영 논리와 생존게임의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제4의 권부로서의 언론은 권력과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제대로 작동할 때 그 정당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방송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를 하긴커녕 권력 편에 서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왔다.

방송의 편향성은 지난달 말부터 계속돼 온 광화문과 서초동에서의 집회에 대한 주요 방송사들의 보도 사례와 최근 불거진 KBS와 유시민 씨 간의 공방 과정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공영방송 KBS와 일부 방송사의 두 집회에 대한 보도는 저널리즘의 기본마저도 무시한 편파 보도였다. 광화문 근처에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가 있어 헬기나 드론 촬영이 금지됐다면, 언론의 중립성을 위해 서초동 일대의 조국 장관 지지 집회도 공중 촬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MBC는 지난달 28일 드론까지 띄워 가며 집회 촬영 화면을 다음날의 뉴스 시간에 내보냈고, ‘국정농단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 모였다’는 선정적인 자막과 함께 이를 톱 뉴스로 편성, 보도했다. 심지어 MBC 보도국장은 타 방송사에 출연해 “딱 봐도 100만”이라는 등 언론사 간부라고 믿기 어려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KBS와 유 씨 간의 공방은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비(非)공영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 씨가 조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지자, 유 씨는 “유튜브 언론인으로서 취재 차 전화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다. 유 씨는 오랜 기간 시사 토론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언론(言論)의 객관성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유 씨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씨의 인터뷰 녹취록 편집 의혹에 대해 KBS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설 것을 공개 주문하는 게 정당한가? KBS 사장은 공영방송사 수장으로서 역할을 포기하고 그리 쉽게 조사위원회 구성, 기존 법조팀 아닌 새 특별취재팀 구성 등을 바로 지시할 수 있는가? 어떠한 설명이나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1인 미디어가 일상화하고 유튜브나 SNS를 통한 뉴스 소비가 대세를 이뤄가는 반면, KBS나 MBC 등의 지상파 메인 뉴스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는 위기 상황을 극복할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신뢰성 회복이다. 권력의 편이 아닌 국민 입장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은 뉴스를 전달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지 않으면 수신료 거부운동 등 무서운 저항이 있을 것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가 영국 국민의 일상을 장악하자,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토니 홀 사장은 ‘영국의 가치’ 회복을 부르짖으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국민에게 다짐한 바 있다. 이런 자세 때문에 영국 국민이 정부는 신뢰하지 않아도 BBC 보도는 믿는 것이다. 이제라도 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느끼고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무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빼앗아 간 국민의 시청권을 빨리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