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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양 울산대 전기공학부 교수

최근 들어 에너지 안보와 전환의 핵심 요소인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0년 이후 국내 에너지 소비는 연평균 2.7% 늘었으나,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산업부문은 연평균 3.2% 증가했다. 정부는 에너지 소비 구조 혁신을 통해 2040년 최종 에너지 소비를 기준수요 전망에 비해 18.6% 줄이고, 2027년 이후에는 최종 에너지 소비 총량을 매년 감축할 계획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단위 부가가치당 에너지 소비량도 2040년까지 2017년과 비교해 38%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선진국들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에도 에너지 소비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원 단위는 2017년 기준 석유·화학은 2000년 대비 85% 수준이고, 1차 금속은 오히려 나빠졌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에너지 효율 투자도 2013년 1조1000억 원에서 2017년 9300억 원으로 16% 줄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에너지 다소비 기업 대상 온실가스 총량 규제는 에너지 효율 개선에 한계가 있고, 고효율 기기로의 교체도 더딘 편이다. 환경부의 설문 결과에서 보듯이,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효율 향상 투자보다 오히려 배출권 거래를 선호한다.

국내 에너지 사용의 61.7%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 활동에 대한 재검토와 배가된 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발적인 에너지 성과 개선을 이행하는 ‘베터 플랜츠(Better Plants)’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참가 기업은 10년 이내 25%의 에너지원 단위 개선을 약속하고 이행한다. 성과 제고를 위해 베터 플랜츠 참여 대기업이 원자재 등을 제공하는 중소기업과 함께 동반 효율 향상을 도모하는 연계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독일도 산업협회들과 정부 간 자발적 협약을 체결, 에너지원 단위 개선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에너지효율개선계획(2016년 5월)에 따라 효율 개선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규제 시책에 대한 기업의 피로감 해소와 규제, 인센티브의 조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책이 필요하다. 그 방안의 하나로, 자발적인 에너지 효율 목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의 자발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 목표 수립과 이행,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검증 체계를 통해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 참여를 활성화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유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효율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벤치마크 지표의 개발, 기업 수준에 따른 차등화된 개선 목표 적용, 목표의 적정성과 객관적인 성과 평가가 가능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이 반영되고, 시책 간에 유기적인 연계와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다면 자연스럽게 에너지 효율 투자가 활성화되고 에너지 관리 체질이 개선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언급한 바와 같이 에너지 효율 개선은 비용 대비 매우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옵션이다.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침체한 국내 에너지 산업의 육성과 고용 창출, 궁극적으로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발적인 에너지 효율 목표제는 에너지 관리체계 구축과 에너지 효율 투자 유인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고,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에너지 효율 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든든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