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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2020∼2050년의 재정 전망에 따르면, 2050년 조세 총액은 1221조 원으로 2019년(388조 원)의 2배 수준으로 증가하고, 경제활동가능인구 1인당 조세 부담도 1030만 원에서 4800만 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기간의 물가상승률을 공제한 불변가격 기준으로도 조세 총액이 현재보다 1.7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미래세대의 급격한 조세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여기에다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 등 8대 사회보험의 보험료까지 고려하면 국민 총부담 증가는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국민 총부담 증가는 조세 부담보다 사회보험료 부담이 훨씬 더 크고 빠르다. 2018년 말에 계산된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9∼2050년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의 조세 부담 외에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험료는 72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험료가 포함돼 있지 않다. 2020년의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험료 부담액 78조 원을 합하면 2020년의 사회보험료 부담은 150조 원에 이른다. 2050년이 되면 345조 원이 돼 불변가격 기준으로 2.3배로 늘어난다.

여기에 또 고려할 게 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현재처럼 소득의 9%가 유지되는 것으로 전제한 것인데, 2050년이면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액은 65조 원이지만, 연금급여 등의 지출액은 159조 원으로 94조 원이 보험료 수입보다 더 많아 적립기금은 2057년에 완전히 고갈된다. 즉, 국민연금 지출까지 고려해 총합 산정하면, 2020년의 국민 총부담은 571조 원이 되고, 2050년이면 1112조 원으로 늘어난다. 이것도 관리재정수지를 149조 원 적자로 전제한 것이므로, 재정수지의 균형 유지를 가정하면 국민 총부담액은 1261조 원으로 증가한다.

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나타내면, 2020년의 국민총부담률은 조세부담률 21.9%와 사회보험부담률 7.8%를 합친 29.7%이고, 2050년이면, 조세부담률 24.6%와 사회보험부담률 13.1%를 합한 37.7%로 증가한다. 이는 2017년 OECD 평균 국민부담률 34.2%를 뛰어넘는다. 국민 부담이 급속히 증가한 근본 원인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에 있다. 더욱이, 국회 예산처 보고서의 계산 최종 연도인 2050년은 인구 고령화가 완전히 진전된 해가 아니다. 2050년의 노인인구 비율은 39.8%지만, 2065년에는 46.5%로 높아질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총부담률도 더 높아질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국가재정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건전한 그룹에 속했다. 정부는 2019년 9.5%에 이어 2020년에도 9.3%나 늘린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성장률을 2.5%로 잡고 최근의 마이너스 디플레이터를 고려해도 경제성장률의 3배가 넘는 예산증가율이다. 복지 선진국인 서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은 저출산·고령화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더는 벤치마킹할 대상이 아니다. 그나마 비교 가능한 일본보다도 심각한 만큼 우리에게 알맞은 한국형 복지 모델을 개발하고 이에 기초한 전면적 개혁을 해야 한다. 단기적으론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기금 제도로 전환해 국민부담 계산 때 포함될 수 있도록 명확히 하면서 적절한 비용 통제 방안을 시행하고,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미래세대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가능한 한 조기에 적정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