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어학연수 장사’ 여파

서울 주요 대학 유학생 불법체류자가 최근 2년 사이 약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등록금이 사실상 10년 넘게 동결되자 대학들이 재정난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무더기로 유치하면서다.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이찬열(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소위 ‘명문대’로 분류되는 서울 주요 대학 10곳의 유학생 불법체류자는 2016년 115명에서 2018년 607명으로 2년 사이 5.2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유학생이 2만4008명에서 2만7464명으로 14%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증가 폭이 크다. ‘SKY(서울·고려·연세)’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이들 대학의 유학생 불법체류자는 각각 10명, 150명, 8명이었다.

불법체류자 대부분은 어학연수생들이었다. 어학연수 비자를 받아 입국하고선 취업을 하는 등 기간 내에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어학연수생은 불법체류율이 70%에 달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방 대학들이 브로커까지 동원해 비자 장사를 해 대학이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솔직히 말해 최근에는 수도권 대학들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이 커 유학생을 늘려서라도 재정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찬열 의원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에 유학생 유치는 거의 유일한 탈출구”라며 “마구잡이식 유치를 막기위한 유학생 관리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정원 외 학생’을 늘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15개 주요 대학 기준 정원 외 학생은 2019년 현재 총 7797명으로, 2015년(6612명)에 비해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원 내 학생이 2%가량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대학들이 재정난 해소를 위해 정원 외로 제한 없이 모집할 수 있는 학생(외국에서 초·중·고 과정을 모두 이수한 재외국민이나 외국인, 장애인, 탈북민 등) 수를 늘린 것이다. 특히 ‘금수저 전형’이란 지적을 받아온 재외국민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았는데, 최근 5년간 3955명에 달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