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쓸어버릴 것” 경고하며
美軍철군 정당성 거듭 주장
공화당서도 비난수위 높아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군이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하자 “미국은 이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지시가 터키군의 침공 묵인과 이슬람국가(IS) 격퇴 동맹인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내놓은 면피성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철군 결정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하는 등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 공화당 내에서조차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성명서에서 “오늘 아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가 시리아를 침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터키에 이러한 작전이 나쁜 생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터키는 민간인들과 기독교인 등 종교적 소수집단을 보호하고 어떠한 인도주의적 위기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우리는 그들이 이러한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 구역에 미국 병사들은 없다”며 “내가 정치무대에 들어온 첫날부터 나는 이러한 끝없고 무분별한, 특히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철군 정당성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 발표 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르드족을 쓸어버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그의 경제를 싹 쓸어버릴 것”이라고 답했다. 또 “나는 그가 이성적으로 행동하길 희망한다. 그가 부당하게 (작전을) 한다면 그는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갈 지(之)자 행보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앤드프렌즈 인터뷰에서 “그곳(중동)에 동맹이 없으면 미국을 지키기 어렵다”며 “모든 군사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렇게(철군)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왔다”고 말했다. 하원 공화당 회의(HRC) 의장인 리즈 체니(와이오밍) 의원은 성명에서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역겹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