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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겉껍질만 까고 속껍질 남겨
베이킹소다 물에 하루 재운 뒤
2~3차례 끓여내면 떫은맛 줄어
설탕에 조리다가 와인 넣어줘

몇 달후엔 속살까지 맛 깊어져
비타민·칼슘 등 영양소 풍부

김태리 주연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여러 음식 중 밤조림이 인상적이다. 밤을 굽거나 찌는 게 아니라 조리다니. 무슨 맛일지 궁금해 가을 햇밤으로 밤조림을 만들어봤다.

영화에서 김태리는 밤의 겉껍질을 까고, 물에 담가 베이킹소다를 넣고 하루 재운 후 몇 번 삶아 설탕에 조린다. 그러고는 마루에 앉아 먹으며 “밤조림이 이렇게 맛있다는 건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리틀 포레스트’ 한국판에는 밤조림 만드는 과정이 띄엄띄엄 나오지만 먼저 제작된 일본판에는 따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조리과정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햇밤은 겉껍질이 부드러워 까기 쉽다. 오래돼 딱딱해진 밤은 끓는 물에 1분 정도 넣으면 겉껍질이 잘 까진다.

속껍질이 벗겨지면 속살이 흐트러져 모양이 안 좋으니 주의해야 한다. 겉껍질을 제거한 밤 1㎏을 냄비에 담아 잠기도록 물을 부은 후 베이킹소다 2T를 넣어 24시간 재운다. 다음 날 냄비를 그대로 불에 올려 약불에서 30분간 끓인다. 그래야 속껍질의 떫은맛이 없어진다.

물이 투명한 와인색이 될 때까지 물을 갈아가며 30분씩 두 번 더 끓이고 이쑤시개로 굵은 심을 제거해준다. 설탕 600g을 넣고, 물이 3분의 2 남을 때까지 조린다. 불을 끄기 전에 기호에 따라 럼주나 간장, 레드와인 등을 1∼2T 넣어 섞어준다. 완성된 밤조림은 열탕 소독한 병에 조림 물과 함께 넣어 냉장 보관한다. 바로 먹어도 되지만 두세 달쯤 지나면 조림 물이 속살까지 배 끈끈해지며 맛이 깊어진다.

영화에서 김태리가 “단밤에 단맛을 더해 보관한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 먹을 수 있게”라고 내레이션 했듯 조림은 훌륭한 밤 보관 방법이다. 밤을 상온에 놓아두면 얼마 안 가 벌레가 생긴다. 그렇다고 굽거나 쪄서 둘 수도 없다.

밤에는 비타민,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밤조림은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가족 간식으로 제격이다. 또 손님에게 내놓기도 좋다. 작은 접시에 밤조림을 담아 땅콩가루를 살짝 뿌리면 고급 디저트가 된다.

거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밤껍질을 까는 모습을 보고 “그냥 먹으면 되지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핀잔을 주던 아내가 식사 후 한 알씩 꺼내먹더니 “내년에도 꼭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무뚝뚝한 대학생 아들도 달콤한 밤조림 앞에서는 애교 많은 아이로 변한다.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