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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를 잠시 쉬기로 했다 / 나타샤 스크립처 지음, 김문주 옮김 ／쌤앤파커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함께 있고 싶지 않은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토할 것 같았다. 남자들에게는 하나같이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었고, 마치 하늘이 내 결혼을 막기 위해 음모라도 꾸미는 것처럼 느껴졌다. 싱글 여성이라면 이런 행위가 영혼을 파괴하는 시도임을 잘 알 것이다. 변태, 바람둥이, 야심가, 대인기피증 환자 같은 남자들에게 엮이고, 가끔은 너무 열중하게 되기도 했으니까.”

12년 전 출간돼 영화화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즐겁게 읽은 이들이라면 책을 내려놓아야 할지 모른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여주인공이 여행지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눈 뒤에 남자와 함께 남기로 결심하면서 진정한 사랑을 회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이 책은 ‘남자 단식’이 근간을 이룬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남자와의 만남을 배제하고 진짜 자신을 되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여성성에 반하는 행위지만 ‘비혼’이 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뉴욕의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나타샤 스크립처. 유엔의 국제 구호원으로서 전 세계를 누비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다 보니 어느덧 30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위독해지자 사회가 요구하는 ‘여자로서의 삶’을 살기로 타협한다. 그러나 마치 숙제하듯 ‘괜찮은 남자’를 찾는 일은 즐겁지 않았다. 사랑을 찾는 일에 번번이 실패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상처만 남았다.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나타샤는 방황하기 시작한다. 일과 사랑,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외면하고 싶어진 그녀는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엄마의 고향인 인도에서 신에게 기도하고, 이탈리아의 산자락 농장에서 와인을 만들고,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셀프 웨딩을 한다. 낯선 곳에서 명상, 요가, 마리화나 피우기, 내 몸 돌보기, 자연 속에 있기, 요리하기, 악기 연주하기 등으로 특별한 사계절을 보낸다. 그리고 일상을 멈추고 떠나야 했던 진짜 이유를 깨닫는다.

저자는 선언한다. “나는 우리가 다른 반쪽을 찾아 헤매는 반쪽이라는 미신을 더 이상 믿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해야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으며 공허함 없이 인생을 꽉 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저 나라는 사실만으로 온전한 느낌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나를 억누르던 계획이나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여성으로서 지금 어떠해야 한다든지, 지금쯤 인생에서 어디쯤에 있어야 한다든지 하는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져 진정한 내가 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북미와 유럽의 많은 독자가 SNS에 ‘남자 단식’ 인증 행렬을 이어가게 했다. 그들은 모두 연애, 결혼, 출산이 인생 매뉴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인생에서 일, 사랑, 결혼, 출산 말고도 더 많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면 책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228쪽, 1만4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