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1920년대 최강 여성골퍼
10살 어린 웨더드 맞수로 등장
명승부 펼쳐 여성골프붐 일으켜

1920∼1930년대까지 미국과 영국을 오가면서 여성 골프의 붐을 일으킨 최고의 여성 골퍼인 영국의 조이스 웨더드(왼쪽 사진).

세계 여성골프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는 1920년대 바람처럼 등장했다. 1901년 영국 남부의 데번에서 태어난 그는 당시 ‘골프의 신화’라고 받들어진 보비 존스와 스윙이 흡사하다는 평을 받았다. 1922년 브리티시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이 열린 로열 세인트 조지. 마지막 날 우승을 놓고 마주한 두 명은 웨더드와 세실 리치(오른쪽)였다. 1년 전 19세의 웨더드는 이 대회에 처녀 출전해 리치와 결승전을 벌였지만 아깝게 패했다. 그러나 웨더드는 리치의 라이벌임을 입증했다.

리치는 1920년대 영국을 대표하던 무소불위의 여성챔피언이었다. 리치는 1908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17세에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20세기 여성 골프계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는 근육질의 팔로 마치 남자처럼 스윙했다. 리치는 당시 유명했던 해럴드 힐턴이나 존 볼 같은 남자 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펼쳐 이기면서 여성 파워를 과시했다. 그렇게 여성 골프가 한창 붐을 일으킬 무렵 1914년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4년 동안 영국 골프의 휴식기가 찾아왔다. 1918년 전쟁이 끝나고 리치는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우승했던 리치는 1920년과 1921년에도 우승, 3연패를 달성했다. 현재 100년이 넘는 브리티시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사상 3연패를 기록한 여성 골퍼는 리치를 포함해 3명뿐이었다. 리치는 1926년을 포함해 통산 4차례 브리티시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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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그렇게 독무대를 누릴 때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신예 웨더드였다. 리치보다 10년 늦은 1901년 출생한 웨더드는 골프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빛을 발했다. 우선 복장부터 파격적이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여자가 종아리가 보이는 치마를 입고 골프를 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그는 뒤에서 수군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히 고정관념의 틀을 깼다. 그는 스윙이 우선이라며 무릎만 조금 덮는 간편한 짧은 치마를 입고, 상의는 울 계통이나 니트 등을 걸치고는 코스에 나타났다. “부인, 코르셋을 껴입은 그렇게 긴 치마는 퍼팅을 할 때 클럽이 무릎에 닿아 불편하지 않습니까? 짧은 치마가 낫지 않을까요?” 경기 도중 웨더드가 상대 선수에게 던진 비아냥이었다. 아직 너무도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발목을 드러내는 치마를 입는 것은 일렀다. 웨더드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아직 긴 드레스를 고집했다.

리치와 웨더드는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대결한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둘의 명승부는 당시 여성들을 골프장으로 불러내기에 충분한 동기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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