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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권희 교수 논문서 주장

中학계, 학술회의 발표 파문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추진
국내선 아직 진위논쟁 한창

고려 1239년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할 때 사용한 활자로 ‘세계 최초 금속활자’라는 우리 학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지정이 보류된 이른바 ‘증도가자’(사진)에 대해 중국 학계에서 “중국의 송(宋)·원(元)대의 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2월 중국인민은행이 주관하고, 중국전폐박물관·중국전폐학회가 주최한 ‘중국 초기 청동활자의 중대한 발견 학술 논증회’는 일본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고려금속활자를 중국의 송·원 대 활자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10년 세계 최고 금속활자인 ‘증도가자’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이후 문화재 지정 신청과 정부의 부결 등 논란이 계속된 와중에도 집요하게 진위 여부를 추적해온 경북대 서지학과 남권희 교수가 최근 베이징(北京)현장에서 관련 활자와 발표 논문 등을 검토 분석한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격월간 학술지 ‘중국전폐(中國錢幣)’는 대상 활자에 대해 중국 송, 원대에 주조됐다며 금속성분이나 산화, 부식 등의 특징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 글자의 서체도 그 시기와 일치하고 특히 활자의 형태 중 5점에서 측면에 만들어진 구멍이 원대의 학자 왕정(王楨)의 ‘농서(農書)’ 기록과 일치함을 증거로 삼았다. 나아가 일본과 한국의 금속활자와는 형태적으로 다르며 제작과 발굴 위치는 양자강 하류 또는 화남지역일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 참가자에는 이치충(李致忠), 애준천(艾俊川), 옹연계(翁連溪) 등 중국 서지학 및 활자분야의 대가들이 총망라돼 있다. 해당 활자 97점은 1912년 당시 학자였던 나진옥(羅振玉)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일본인에게 팔렸다가 최근 중국에 전해진 것이라는 감정의견서가 첨부돼 있다.

남교수는 한국서지학회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고려금속활자에 대한 중국과 북한 학자들의 최근 동향’에서 “중국의 활자들은 국내에서 15년간의 연구결과로 도출된 활자의 형태와 특징 등으로 살펴볼 때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증도가자와 같은 그룹의 활자”라며 “구멍이 뚫린 형태를 중국의 활자라는 증거로 주장하지만 현존하는 한국의 고활자 중에도 옆면에 구멍이 뚫린 목활자와 진흙 활자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서 “한국에서의 진위 논란과 소모적 논쟁이 계속돼 고려 금속활자의 중요한 가치를 내다 버린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증도가자로 주장되는 활자는 다보성갤러리 소장 101점 등 모두 109점. 문화재청은 지난 2017년 4월 “고려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으나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세계 최초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이상 앞서는 금속활자로 공인받게 된다.

한편 중국 언론들이 이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향후 해당 활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져 ‘금속활자 종주국’ 지위를 놓고 벌이는 한·중간 ‘문화 전쟁’도 예상된다. 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는 증도가자로 알려진 다보성갤러리 소장 금속활자 101점이 공개된 가운데 문화재 지정 보류에 대해 문화체육관광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