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발생한 만큼 나빠”
민주 “대통령이 내년 대선위해
외국에 선거개입요청” 맹비난
하원,여당 탄핵조사 유보거부
스캔들 핵심관련자 잇단 소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탄핵 추진 조사에 다급해진 나머지 이번엔 중국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정국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하면서 촉발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타국에 또다시 자국 정치 문제를 들이민 데 대해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 하원은 공화당의 탄핵조사 유보 요구를 거부하며 스캔들의 핵심 관련자를 줄줄이 소환,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중국은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며 “중국에서 일어난 일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것만큼 나쁘다”고 발언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사적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해 뭇매를 맞은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는 중국에 공개적으로 조사를 촉구하면서 민주당에 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와 중국에서 사업을 하며 부정한 투자금을 받는 등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중국에서의 활동이 우크라이나에서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지자들에게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러지 않았다”라면서도 “하지만 확실히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바이든 같은 사람들처럼 거래한다”며 “아마 중국이 여러 해 동안 우리나라에 바가지를 씌우는 담합(sweetheart deal)을 해온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6월 시진핑 주석과 통화했을 때에도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한 야권 대선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자발적으로 중국을 바이든 전 부통령 문제와 연관해 언급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이런 발언이 또 다른 잠재적 탄핵 추진 요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WP는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위해 또다시 외국에 힘을 빌리려고 한다”며 맹비난했다. 하원 정보위원회의 애덤 시프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가 또다시 (선거에) 개입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취임선서를 근본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미 하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관계자인 커트 볼커 전 미 국무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도 불러 비공개 조사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마리 요바노비치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를 경질한 것은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보도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