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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사회부 차장

조국 법무부 장관은 최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개혁이고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온 가족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그의 삶이 무척 힘들다는 뜻도 있겠지만, 버티면 버틸수록 우군의 지원이 늘어난다는 의미로도 들렸다. 실제로 그랬다. 여당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언급하자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많은 지지자가 ‘조국 수호’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이것도 모자라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조 장관을 아침에 청와대로 비밀리에 불러 검찰개혁에 대해 보고하게 하고, 검찰에 대해서는 자체 개혁안을 주문하며 경고장을 날렸다. 조 장관은 1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검찰개혁 대의를 위해 모이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요즘 스스로 버틴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가 살아가는 것이 곧 검찰개혁이요, 자신만이 검찰개혁의 적임자인 것처럼 얘기한다. 과연 그런가. 우선, 이미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은 관련 법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법무부 장관이 특별히 해야 할 일이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특수부 기능 유지를 주장했던 그가 피의자 신분이 됐는데, 그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특수부’에 대한 기능 축소가 검찰개혁의 핵심처럼 둔갑한 것도 참 이상하다. 2018년 정부가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이른바 검찰개혁 정부안엔 형사·공판부의 권한을 약화하고 특수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검찰개혁 정부안을 주도한 인사가 바로 조 장관이었다.

사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조 장관을 포함해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초점이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는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신평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는 최근 SNS에서 이 같은 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신 변호사는 조 장관의 ‘피데스(FIDES· 서울대 법과대학 문우회 문집)’ 선배이면서, 조 장관이 민정수석 때 대법관으로 추천했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 장관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검찰개혁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아직도 ‘검찰에 대한 복수’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그는 이어 “진보귀족은 국민 전체를 염두에 둔 사법개혁을 꿈꾸지 않는다”면서 “막강한 검찰권력을 약화시키고 상당 부분을 경찰에 넘기자는 것이 그들이 내세우는 ‘수사권조정법안’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이 제외된 법원과 검찰의 주장만 담은 반쪽짜리 개혁안으로 이미 검찰개혁에 큰 상처를 준 조 장관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했다.

필자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래서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에 전대미문의 압박과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현재의 정치권력이 ‘검찰개혁’을 강요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