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재단 회장賞 박은주

그리움이 닿는 곳에.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첫 문장의 마침표를 찍는 데에만 3일이 걸렸는데 긴 고심 끝에 적은 제 그리움의 표현이 겨우 저런 투박한 문장인 것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됐으니 선생님을 못 뵌 지는 1년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겠네요. 사실 선생님께서 저를 기억하실지에 대해, 또 제 그리움이 뜬금없다 생각하실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 큰 종이를 받고 저는 줄곧 선생님만 생각이 났어요. 가볍게 시작된 편지 쓰기라도 누군가의 마음이 닿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깨달았죠. 제가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기간이 긴 것은 아니었으나, 선생님을 뵈며 정의 깊이는 기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비례할 수도 있겠지만요.

가평중학교 3학년 1반, 2016년도에 여러 일이 있었잖아요. 선생님께서는 기억하기 싫으실 수도 있겠지만. 1반에 대한 선생님의 기억이 저희와의 추억이 될 수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저희가 말을 좀 안 들었어야죠. 몇몇 친구의 경솔한 언행과 행동은 여전히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때 내려간 교무실에서 선생님의 눈물을 보고 함께 울지 못한 것, 그 친구들에게 분명히 화를 내지 않은 것. 그때 솔직히 표현했다면 이제 와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그 시기의 선생님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선생님은 매번 제 글을 칭찬해 주셨고 곱씹어 주셨고, 기다려 주셨죠. 글에 대한 보상은 익숙했지만 아무래도 제게 필요했던 건 이해였나 봅니다. 전쟁에 희생된 아이들에게 편지 쓰기를 했던 날 제출을 위해 내려갔던 교무실에서의 말씀과 어깨 위로 올라왔던 손을 저는 여전히 잊지 않고 있습니다. 글과 함께한 10여 년이 넘는 시간 중 그때 처음으로 작가의 꿈을 꿔봤습니다. 글을 좋아하고 또 잘 쓰니 글을 쓰라는 말은 들었어도, 너의 글이 누군가한테 큰 힘이 됐으니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은 그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감동을 받아 눈물이 나왔다’는 말과 함께 흘리신 눈물은 저에게로 돌아와 꿈이 됐습니다.

사실 중학교 3학년, 선생님의 마지막 국어 수업을 들으며 울 뻔했는데 그때 제가 눈물을 흘리지 않은 까닭은 다시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서였어요. 전근 가시는 분들을 그렇게나 많이 봐놓고도 왜 선생님은 계속 남아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때 흘리지 못했던 눈물이 이제야 나오려고 하네요. 사실 선생님께서 고등학교에 한 번 오셨던 것을 알고 있었어요. 많이 뵈러 가고 싶었는데 그때의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해 가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열정과 문학작품에 대한 열정이 그립습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