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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출신 벤처사업가 밀러
브렉시트 계기로 활동가 변신
“야당도 못한 일 해냈다” 평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사면초가로 몰아넣은 주역으로는 인도계 이민자 출신의 벤처 사업가로 알려진 지나 밀러(사진)가 꼽힌다. 존슨 행정부가 아무런 합의도 하지 않고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추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의회를 ‘정회’한 조치가 위법이라는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의 ‘무효’ 결정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열성적인 활동가로 변신한 그는 야당인 노동당도, 존 버커우 하원의장(보수당)도 못한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밀러는 정치적으로는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지만 존 메이저 전 총리가 조언해 주는 등 거물급 정치인들 몇몇이 그를 후원하고 있다. 지난 1965년 영국령 가이아나에서 인도계 이민자이자 변호사였던 두나스 싱의 딸로 태어났던 밀러는 10살 때 영국 본토 이스트본의 기숙학교로 보내지며 영국 생활을 시작한다. 아버지 싱은 이후 독립한 가이아나에서 법무장관까지 지냈는데, 독립 직후 가이아나가 외국으로의 외화 반출을 막는 정책을 펴면서 자신은 학비를 벌기 위해 호텔 직원으로 일해야 했다고 밀러는 주장했다. 이후 독일 글로벌 자동차회사 BMW의 영국 지사 등에서 일하면서 금융서비스 관련 경력을 쌓아갔다. 이후 남편 앨런 밀러와 투자컨설턴트회사 SCM다이렉트를 창업했다. 이때 ‘진실과 공정’ 재단도 설립해 소규모 자선재단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독지가 활동에도 나섰다. 진실과 공정 재단은 이후 2012년 런던 시 당국의 기금운용을 감시하는 ‘진실과 공정’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반대론자인 그의 본격적인 ‘정치’ 활동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두드러진다. 밀러는 정부의 정책 결정이 법리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후 줄곧 브렉시트를 강행하는 영국 정부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직후 “정부는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수 없다”며 소송을 내 승리한 것이다. 이 결정으로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하원의 동의를 구해야 했고, 합의안은 두 차례 모두 부결됐다. 결국 바통을 넘겨받은 존슨 총리는 하원을 무시하기 위해 ‘정회’라는 변칙 전술을 도입했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밀러의 손을 들어주면서 존슨은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리게 됐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